[경제경영]시장의 철학

  • 입력 2001년 7월 6일 18시 48분


시장의 철학

신일철 지음

287쪽 1만원 시사영어사

사회주의권이 붕괴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식인들이 그 충격으로부터 온전히 벗어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사회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 온 저자(고려대 명예교수·철학) 역시 막상 사회주의권의 몰락을 보며 오랜 시간 동안 이를 이론적으로 해명해 내지 못해 적잖이 당혹스러워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그 해답의 단초를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A 하이예크(1899∼1992)에게서 찾았다. 그래서 하이예크의 시각으로 현 사회의 변화를 바라본 글을 모은 이 책의 부제는 ‘하이예크와 시장적 사고 에세이’. 그는 사회주의권 붕괴 약 50년 전인 1940년대에 하이예크가 지은 저서 ‘예종에의 길(The Road to Serfdom)’에서 ‘시민’과 ‘시장’이라는 두 개의 화두를 찾아내 21세기를 ‘시민과 시장의 시대’라고 선언한다.

공산당이 물러난 동구권뿐 아니라 중국이나 베트남 등 아직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나라들도 시장경제를 외면할 수 없고, 시장은 또한 시민사회의 건전한 윤리적 정신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분야의 온갖 문제를 시장원리로 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시장 만능의 ‘시장원리주의’를 경계한다. 시장주의라 해도 시장원리가 적용되는 영역과 시장원리로는 해결되지 않는 ‘시장 실패’의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방을 비롯한 경찰, 소방, 소득 재분배, 환경보호, 안전망 구축 등의 문제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국영이나 민주적 통제하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시장의 참가자는 사리사욕만을 가진 원자적 개인이 아니라 복수적 공동체의 ‘시민 윤리’로 성숙된 민주시민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저자는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유기업 시스템’을 경제 토대로 삼을 것을 주장한다. 좌파 진영에서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촉구했던 것처럼 “중도 우파에서도 ‘인간의 얼굴을 가진 시장경제 자유기업’의 건실한 길을 개척하려는 사회 개선의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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