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깡통소년',사랑을 먹고 자라는 인스턴트 아이

  • 입력 2001년 7월 6일 18시 41분


□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글 프란츠 비트캄프 그림

203쪽 6,500원 아이세움

자녀를 적게 두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자녀에게 지나친 기대를 거는 부모들을 종종 보게 된다. 아이의 생각과 능력에 맞추기보다 자신들이 정해 놓은 잣대에 아이를 꿰어 맞추려는 부모들이 많은 것이다.

자신의 요구에 딱 들어맞는 아이를 주문 생산할 수 있다면, 지식과 교양을 두루 갖춘 아이가 공장에서 만들어진 채 각 가정으로 배달된다면 부모들은 그것을 희소식이라며 반가워할까? 그런 ‘완제품’ 인간이 있다면 우등생을 만들기 위해 과외다 뭐다 골머리를 썩이지 않아도 되고, 자기 고집을 내세우며 말을 듣지 않는 아이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일도 없겠지. 그러나 세상이 그런 아이들로 가득찬다면, 꼴찌는 없고 일등만 존재하는 세상이 된다면…. 아, 생각만 해도 섬뜩한 일이다.

작가인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상상력이 빚어낸 이 책에는 대다수 부모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인스턴트 아이’ 콘라트와, 별난 어른 바톨로티 부인이 등장한다.

바톨로티 부인은 혼자 살며 먹는 것, 입는 것 따위의 거의 모든 것을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은 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이다.

홈 쇼핑에 이미 주문한 물건을 중복 주문하는가 하면, 뭘 주문했는지도 모를 만큼 대책 없는‘어른’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깡통 소년 콘라트가 배달된다. 깡통소년은 공장의 완제품실에서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똑똑하고 말 잘 듣는 아이로 교육받은 채 세상속으로 보내진다.

별난 부인에게 아이에 대한 사랑이 움트고, 아이 또한 좌충우돌 세상에 적응해 가던 어느 날, 아이를 보낸 공장에서 ‘배달 사고’였다며 자신들의 제품을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하는 편지가 온다. 그 때부터 콘라트의 친구인 키티와 바톨로티 부인의 ’콘라트 지키기 작전’이 시작된다.

바톨로티 부인은 얼핏 보기에 아이의 양육에는 부적절한 인물로 보이지만, 작가는 ‘깡통 소년’과 ‘별난 부인’이라는 극단적인 모습의 두 인물을 통해 부모들의 이기심과 잘못된 교육관을 꼬집는 것은 물론, ‘사랑’이야말로 어떤 지식교육보다 값진 것임을 일깨워 준다.

복제인간의 연구를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논쟁이 뜨거운 요즘 ‘깡통 소년’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오혜경 (주부·서울 도봉구 미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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