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느림보’ 박경완 어느새 ‘20홈런-20도루’ 눈앞

  • 입력 2001년 7월 2일 19시 28분


기록도 기록 나름이다. ‘라이언 킹’ 이승엽(삼성)이 50홈런을 치거나 ‘쌕쌕이’ 정수근(두산)이 50도루를 하면 대단한 기록이긴 해도 팬들은 크게 놀라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반대 경우면 어떻게 될까.

올 프로야구 기록도전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는 ‘결코 느림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느림보’ 박경완(31·현대)의 ‘20홈런-20도루’ 달성 여부다.

한 시즌에 20홈런과 20도루 이상을 동시에 때리고 훔쳐야 하는 ‘20-20클럽’은 지난해까지 프로 19년간 16명의 타자만 가입했던 호타준족의 상징. 게다가 항상 앉아만 있어야 하는 포수가 이 클럽의 회원이 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때문에 처음엔 박경완의 호언장담이 농담인 줄만 알았다. 지난해 포수 최초로 40홈런을 쳤던 박경완은 최우수선수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던 중 “내년에는 20홈런-20도루에 도전해 보겠다”고 말해 주위를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었다.

그러나 박경완의 꿈은 어느새 손에 잡힐 만한 거리에 다가왔다. 91년 입단 후 첫 4년간 단 1개의 도루도 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생애 최고인 7개의 도루(실패 4개)를 성공시키며 주루 플레이에도 눈을 떴다는 게 그의 주장.

박경완은 1일 SK전에서 8회 2루도루를 한데 이어 감독의 사인도 없이 3루까지 뛰어 시즌 14도루를 채웠다. 16홈런을 기록중인 그가 20-20클럽에 가입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 이 페이스면 133경기를 치르는 페넌트레이스에서 홈런은 29개, 도루는 25개를 기록할 수 있다는 계산. 잘만 하면 단 3명밖에 가입하지 못했던 30-30클럽도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박경완은 “그동안 도루를 하지 못했던 것은 발이 느린 탓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100m를 13초F에 주파하는 그의 스피드는 사실 프로야구 선수 중 중상위권에 속한다. 다만 수비에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포수로서 도루를 삼갔기 때문이라는 것.

박경완의 도루행진은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까. 프로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 수 없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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