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우리아파트자랑]경재용 동문건설 사장

  • 입력 2001년 7월 1일 18시 59분


동문건설 직원들은 늘 바쁘고 조금은 피곤하다. 지시가 많아서가 아니다. 그 반대다. 큰 틀만 정해두고 실무자에게 일을 맡겨버리는 경재용(慶在勇·49)회장의 업무 방식 때문이다. 자율성은 결국 강한 책임감으로 되돌아 온다는 얘기다.

이를 밑천으로 동문건설은 최근 부쩍 ‘떴다’. 수도권에 짓고 있는 6500가구 가운데 미분양은 고작 30가구. 놀랍다. 올 해도 6010가구를 새로 분양한다.

“어떤 업종이든 전문성이 중요합니다. 직원들이 전문가인데 일일이 지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CEO(최고경영자)는 원칙을 정하는 역할만 맡으면 됩니다.”

경회장의 별명 가운데 하나는 ‘짠돌이’. 주택사업부 김시환이사는 17년째 경회장과 일을 하면서 그와 양주를 딱 세 번 먹었다고 한다. 나머지 수백 번은 모두 소주에 삼겹살이다. 경회장은 “절약은 바람직한 정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라고 말한다. 절약은 낮은 분양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동문건설의 표어 가운데 하나는 ‘다른 업체보다 10% 싼 값에’이다. 덕분에 동문건설이 고양시 일산동에 28일부터 분양 중인 ‘동문 굿모닝힐’ 아파트는 벌써 웃돈이 붙고 있다. (031-904-4200)

경회장이 짓는 아파트는 90% 이상이 30평형대다. 그는 “30평형대는 수요층이 두텁기도 하지만 집이 꼭 필요한 사람이 찾는 아파트”라며 “입주 때 주민들이 현장사무실에 돌리는 떡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30평형대를 짓다 보니 중도금 잔금이 잘 들어온다. 덕분에 금융권 신용등급은 늘 ‘최우수’다. 올 초에는 현금이 많이 쌓여 다른 사업도 해보라는 권유도 많았다. 그 중 하나는 골프장 인수. 임원까지 찬성했지만 경회장의 뜻은 절대 불가. 주택건설만 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집념이 대단한 사람으로 통한다. 당구 700점, 골프는 언더파도 기록할 정도. 바둑도 수준급이며 1년에 70회 등산을 하는 등산광이다. 하나에 빠지면 끝장을 보는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느냐는 질문에 “글세요, 그냥 성격인 것 같아요”라며 소탈함을 내비친다. 이는 3평 에 불과한 사장실 규모에서도 엿볼 수 있다.

‘Housing Only 20 years(주택 외길 20년)’. 이 회사 분양 전단에 적힌 글이다. 동문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조원. 건설업계 20위권 이내의 규모다. 경회장은 “주택부문에서는 3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동문건설의 광고 문구에 ‘Housing Only 30 years(주택 외길 30년)’이 등장할 때 쯤이면 경회장의 목표도 이뤄질 것 같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