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개업 사법연수원생 급여환수 논란

  • 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55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시절 2년 동안 국가의 월급을 받은 연수생 가운데 곧바로 변호사 개업을 한 경우 월급을 반환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예산처 등 정부 관련부처와 시민단체는 “판사 검사와 달리 변호사 등 개인 사업자로 나서는 연수원생들에게까지 국가가 예산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부당이득’의 반환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법무부와 변호사회 일부에서는 “판사 검사로 임용되지 못한 사람들의 급여만 반환 받으면 또 다른 형평성 시비를 낳을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급여 반환 추진〓기획예산처는 최근 예비 법조인인 사법연수원생에게 매월 지급되는 급여를 판사 검사와 변호사 등으로 구분해 선별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해 대법원에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이 방안은 연수원생에게 일정 급여를 일괄 지급해 준 뒤 판사 검사로 임용되는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연수원 졸업생들에게는 지급한 급여를 반환 받도록 하는 것.

사법연수원을 관할하고 있는 대법원은 “기획예산처의 요청에 따라 급여환수 방안을 검토 중이며 법무부와 변호사협회 등 법조계에도 의견제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급여지급 현황〓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다음해 3월 사법연수원에 들어가 2년 동안 법조실무교육을 받게 되며 판사와 검사 임용은 본인의 희망과 성적을 고려해 결정한다. 사법연수원생에게는 국가예산으로 5급 사무관 1, 2호봉 임금을 기준으로 매월 50만∼60만원씩 지급되고 있다.

그런데 사시합격 인원이 크게 늘면서 판사 검사로 임용되는 사람보다 변호사 등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져 이들에게까지 굳이 국가 예산을 써야 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96년 500명에서 매년 100명 정도씩 늘어나 올해에는 1000명의 합격자가 배출된다.

올해 1월 수료한 연수원 30기(사법시험 40회)의 경우 총 인원 678명중 예비 판사 107명, 신규검사 임용 99명 등 206명만이 법원 검찰에 발령을 받았다.

올해 사법시험 합격 예정자 1000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년간 1인당 1200만원씩 총 120억원의 예산이 지급된다.

이들 가운데 판검사로 임용되는 숫자는 절반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년간 60억원 이상이 개인사업자인 변호사에게 지급되는 셈이다.

그러나 큰 변화가 없으면 이들 가운데 200∼300명만이 판사 검사로 임용되고 나머지 700∼800명은 대부분 변호사로 개업한다.

▽법조계 의견〓기획예산처는 “판사 검사와 달리 변호사 등 개인 사업자로 나서는 연수원생들에게까지 국가가 예산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데 대해 논란이 많다”며 “법조계의 의견을 수렴해 관련 법령 개정작업에 착수하겠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현재 사법연수원생이 법원조직법상 별정직 공무원으로 규정돼 있고 이에 따른 급여를 받고 있는 상태여서 급여 삭감 방안이 추진되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와 변호사회는 “판사 검사뿐만 아니라 변호사도 공익적 성격이 강한 직역”이라며 “급여 지급을 사실상 중단하는 조치는 좀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개업한 한 변호사는 “연수원생들은 소득이 없는 대학원생과 마찬가지로 월급이 없으면 생활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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