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야, 여기가 수몰된 우리학교야"‥가뭄으로 드러나

  • 입력 2001년 6월 21일 22시 57분


100년만에 찾아왔던 가뭄이 그동안 물속에 파묻혔던 과거를 고스란히 드러내주고 있다.

저수지 호수 등의 바닥이 드러나면서 수십년 전 수몰돼 기억에 아련하기만 한 학교 다리 신작로 등이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 주민들은 마치 ‘추억의 옛 사진전’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석호리 대청호 변에는 80년 수몰됐던 군북초등학교 옛 건물이 최근 모습을 나타냈다. 이 학교는 당시 대청댐 담수 직전 시설 대부분이 철거됐지만 건물 기초와 외벽 등 일부가 그대로 남아 교실과 강당 등이 있던 자리를 알려주고 있다.

이 학교는 인근 소정리로 옮겼다 94년 학생수 감소로 인근 죽향초등학교로 통폐합됐다.

진천군 진천읍 건송리 백곡저수지 수문 쪽에는 일제 때 만들어진 ‘사이푼 저수지’의 제방과 방류시설 등이 82년 수몰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사이푼 저수지는 지금처럼 수문을 여는 방식이 아니라 공기압력으로 물을 빼던 저수지로 이 지역의 전통 명물 가운데 하나다.

백곡면 정태락(鄭泰樂)산업계장은 “차를 타고 백곡저수지를 돌다보면 사이푼 저수지와 수몰됐던 건송교 등 옛 다리 등이 눈에 들어와 추억에 잠기게 된다”라고 말했다.

진천군 초평면 화산리 초평저수지 인근에서 ‘상류낚시점’을 운영하는 신우식(申禹植·64)씨는 요즘 저수지 바닥에 모습을 나타낸 신작로 자취를 보며 종종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저 신작로는 58년 저수지 담수와 함께 수몰됐었지. 예전에 그렇게 넓어 보였는데 실제로는 오토바이도 간신히 비켜갈 만큼 좁구만. 덜컹거리는 우마차에 친구들과 몸을 싣고 무척이나 즐거워 했는데….”

그는 “이번 가뭄으로 옛 집터도 40여년 만에 다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옥천·진천〓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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