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아내에게 감사패 바친 김영창씨의 '思婦曲'

  • 입력 2001년 6월 18일 18시 50분


‘지나간 세월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당신은 오직 가정의 안녕만을 위해 헌신하셨으며 홀로 흘린 많은 눈물은 가족의 웃음꽃이 되었소. 국가 최고 훈장보다 값진 당신의 아름다운 뜻을 영원히 기리고자 감사의 마음을 이 패에 담아 바칩니다….’

32년간 가정에 헌신한 아내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사나이. 서울대학병원 법무담당관 김영창씨(55·서울 도봉구 창동)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독특한 발상은 감사패 제작업소의 주인도 “아내를 위해 감사패를 만드는 사람은 처음 본다”는 말을 할 정도로 동네에서도 직장에서도 화제가 됐다.

김씨는 월남전이 가장 치열한 때 21세의 나이로 해병대 청룡부대 소속 특공대 분대장으로 파병돼 2년간 전쟁터를 누볐다. 온 몸에 파편을 맞는 중상을 입고서도 다행히 목숨을 건져 무사귀환한 덕에 훈장까지 받았다. 제대 후에는 경찰서에서 수사관으로 근무했고 80년부터는 서울대병원 의료사건 송사 담당으로 재직중이다.병원으로 법원으로 뛰어다니다 보면 한 달에 며칠은 집에 못 들어간다.

“일만 터지면 휴가도 반납하고 현장에 매달려야 했으니 남편으로서는 낙제생인 셈이죠. 그 흔한 동창회 한 번 안 가고 가정에만 전념한 아내가 있었으니 딸 넷 모두 반듯하게 자랄 수 있게 된 거예요” 라며 김씨는 기꺼이 ‘팔불출’을 자처했다.

5월 말에는 아내에게 바치는 사부곡 ‘애정의 보답’이 담긴 트로트 음반을 제작했다.

50대 중반에 새삼스레 음반을 취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한마디로 “노래를 통해 아내와 딸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색소폰 기타 등 대여섯 종류의 악기도 연주하는 김씨의 예술적 ‘끼’는 집안 내력이다. 선친은 단청 기술자였고 네 딸 중 두 명도 영화와 한국음악을 전공했다.

아버지의 행동을 곁에서 지켜본 셋째딸 김수림씨(24)는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노래를 통해 전해져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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