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빨주노초…'도로위의 패션쇼'

  • 입력 2001년 6월 3일 18시 58분


빨간색 그랜저, 물색 비스토, 호수에 비친 하늘색 라비타, 새싹 같은 연두색의 뉴비틀….

요즘 거리를 누비는 자동차들이 ‘패션쇼’를 벌이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이 ‘컬러 마케팅’을 도입하면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색깔로 갈아입는 것. 소비자들도 흰색, 검은색 등 전통 색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있다.

N세대의 등장으로 개성이 강한 차량의 선호도는 더욱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종전에는 소형차는 흰색, 대형차는 권위를 상징하는 검은색, 트라제 스타렉스 등 레저용차량들은 연회색이나 은색계통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이제는 소비자들이 ‘밝고 예쁜 색’을 찾는다.

트라제는 연한 바닷물색, 싼타페는 바닥과 윗부분이 다른 갈색, 라비타는 하늘색이 인기. 폴크스바겐의 연노랑 뉴비틀, 사브의 노란색 9-3 컨버터블도 인기품목이다.

1920년대 미국 자동차시장은 ‘노동자도 살 수 있는 싸고 실용적인 자동차 T(포드)’가 인기를 끌고있었다. 절치부심하던 GM은 1923년부터 스타일과 컬러를 바꾼 시보레를 내놓으면서 순식간에 T를 눌렀다. 컬러마케팅의 시작이었던 셈.

대우 마티즈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경차 바람과 함께 금모래색 바람을 일으켰다. 이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색상이 되리라고 상상조차 못했던 누르스름한 색이 거리에 등장한 것. 그 뒤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진주빛 EF쏘나타도 등장했다. 순홍색 티뷰론은 정열적인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빨간색 그랜저XG도 있다. 현대자동차 여의도지점은 한 달에 팔리는 160대 중에 20%에 이르는 고급차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색상의 차가 주로 팔려 나간다. 이 지점 손재문 차장은 “아예 옆집에서 산 하늘색 라비타를 내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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