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송진우 끝내기 안타…투수론 처음

  • 입력 2001년 6월 3일 18시 23분


한화 송진우(35)가 프로야구 사상 첫 투수 대타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3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한화-LG전. 5-7로 패색이 짙던 한화가 9회초 공격에서 강석천과 장종훈 신국환의 연속 3안타로 1점을 쫓아간 뒤 1사 2, 3루의 찬스를 이어갔다. 8번 조경택 타석에서 LG 신윤호의 폭투가 나와 7-7 동점.

볼넷으로 걸어나간 조경택에 이어 다음타자는 놀랍게도 9번 대타 송진우였다. 송진우가 대타로 등장한 이유는 이랬다.

지명타자로 출전한 김태균이 9회 1루수로 들어갔기 때문에 지명타자제가 없어졌고 9번타자 자리엔 8회부터 등판한 워렌이 들어갔다. 1사 2,3루의 찬스에서 9번 워렌의 타석때 마땅히 대타를 기용해야 했지만 한화는 이미 이날의 야수 엔트리 15명을 모두 써버린 상태.

따라서 대타로 내세울 타자가 없었던 이광환감독은 워렌 대신 동국대시절 4번타자로 나서기도 했던 송진우를 대타로 내세웠다.

관중들의 환호 속에 헬멧을 쓰고 타석에 선 송진우. 1구와 2구를 헛스윙 하더니 3구째를 멋지게 받아쳐 오른쪽 외야로 굴러가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프로야구 첫 투수 대타 끝내기 안타.

투수의 끝내기 안타는 MBC(LG의 전신) 김재박이 85년 7월27일 잠실 삼성전에서 1-1인 연장 10회 때려낸 적이 있으나 투수가 대타로 나가 경기를 끝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송진우가 번트대기를 거부했다는 점.

그는 “감독님이 ‘번트를 대겠느냐’고 물었을 때 ‘신윤호의 공이 빠르니까 번트는 힘들겠다. 그냥 휘두르겠다’고 했다. 삼진을 안 먹고 땅볼이나 굴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좋아했다.

이감독은 “투수들 가운데 가장 타격에 재능이 있는 송진우를 대타로 골랐는데 경기가 되려고 안타가 나왔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세광고와 동국대시절 투타를 겸비한 선수로 이름을 날린 송진우는 이번 안타가 프로통산 4번째 타석만에 처음 기록한 안타였다.

<장환수·김상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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