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융 구조조정 아직 멀었다

  • 입력 2001년 6월 1일 18시 38분


1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금융산업의 경쟁력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는 98년 이후 2단계 금융산업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금융에 취약점이 산적해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무디스의 평가대상 77개국 중 은행 재무건전성은 71위, 신용등급은 52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국내 은행의 현주소〓국내은행의 총자산수익률(ROA)은 97년부터 2000년까지 4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90∼99년의 ROA는 연평균 -0.15%로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외국은행지점(1.64%)에 비해 크게 낮았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국내외시장도 잠식당하고 있다. 외국은행지점의 국내 예수금 비중은 94년 0.8%에서 99년 말 1.6%로 높아졌다. 외국은행지점은 국내 외화대출 시장의 53.3%(신규기준)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환거래의 48.2%도 점유하고 있다. 반면 국내은행이 국제은행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6년 말에 1.31%까지 올랐지만 2000년 9월 말에는 0.72%로 낮아졌다.

은행들의 신용등급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무디스의 경우 국민 주택 신한 산업은행만 Baa3로 투자적격일 뿐이며 나머지는 투자부적격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신한은행만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했을 뿐이다.

우리나라 은행의 신용등급

은행은행예금1)장기부채재무건전성2)
우리나라

순위

77개국중 52위

77개국중 71위
조흥Ba1Ba1E
대구Ba3Ba3E+
주택Baa3Baa3D
하나Ba2Ba2E+
한빛Ba1Ba1E
산업Baa3Baa2E
국민Baa3Baa3D
한미Ba2-E+
외환Ba1Ba1E
제일Ba1Ba1D
부산Ba3-E+
서울Ba3Ba3E
신한Baa3Baa3D

▽무엇이 문제인가〓첫째, 고비용구조다. 조달금리가 연1%로 낮은 요구불예금의 비중이 99년 말 현재 5.1%로 92년(10.1%)의 절반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대출 등에서 벌어들인 이자수입에서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이자비용 비중이 74%나 된다. 미국은행 48%, 외국은행지점의 64%에 크게 높다.

둘째, 취약한 수익구조다. 높은 지준율과 현금보유성향으로 이자를 한푼도 못 받는 현금과 중앙은행예치금이 은행의 전체 자산의 10.3%나 된다. 이는 미국(4.0%) 독일(1.8%)보다 2.5∼5배나 많은 수준.

셋째, 위험관리능력이 미흡하다. 부동산 등 담보를 챙기고 있음에도 무수익여신비율은 6.6%(대손율은 1.77%)나 된다. 80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97년 말의 11∼12%보다는 낮아졌지만 미국(1.16%) 일본(4.54%)보다 높은 수준.

▽대안은 없나〓보고서를 작성한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1단계로 부실금융기관을 퇴출시키고 2단계로 부실채권을 정리했지만 아직도 부실자산 규모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 많다”며 “합병 등을 통한 금융산업을 재편하는 데 주력하기보다 부실자산을 처리하고 은행의 수익성을 높이는 등 현안을 해결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무건전성▼

은행이 발행채권과 예금을 자력으로 상환할 수 있는지 여부를 측정하는 신용등급의 일종. A B+ B C+ C D+ D E+ E 등 모두 9단계로 평가된다. 국내은행의 경우 주택 국민 신한 제일은행만이 D등급이고 나머지는 E+와 E등급이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최하위인 E등급으로 평가돼 충격을 주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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