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의 명품이야기]'크리스찬 디오르' 고풍스런 파리의 상징

  • 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20분


몇 년전 상영된 뮤지컬영화 ‘에비타’는 가수 마돈나가 주인공 에바페론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이 영화는 에바페론의 극적인 삶과 함께 그녀가 즐겨 입었던 50년대 크리스찬 디오르(Christian Dior)의 옷과 값비싼 장신구를 재현해 볼거리였다. 마돈나가 입고 나온 의상들은 마돈나를 아름다운 동시에 교양 있는 여성으로 변신시켰다.

1940년대 유럽의 여성들은 짧고 타이트한 스커트와 군복같은 재킷으로 전쟁과 궁핍의 시대를 이겨냈다. 여성적 욕망과 함께 여성다움 그 자체를 잃어버리게 했던 ‘상실의 시대’였던 셈이다. 이때 ‘뉴 룩’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 것이 크리스찬 디오르였다. 1947년 첫선을 보인 이 스타일은 부드러운 어깨선과 풍성한 스커트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을 보여줬다. 풍요로운 시절을 회상시키는 그의 스타일에 여성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했고 뉴 룩은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단어로 떠올랐다.

뉴룩 이후에도 디오르는 튤립라인 H라인 Y라인 애로라인 등 이른바 ‘알파벳 라인’의 옷을 잇따라 발표해 유럽과 미국에서 성가를 높여갔다. 손을 대는 곳마다 유행을 탄생시켰던 디오르는 영화 의상에도 열의를 보였다. ‘파리에서의 왈츠(1947년)’ ‘현기증(1949년)’ ‘대사의 딸(1956년)’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1955년)’ 등 수많은 영화의 의상을 맡아 영화의 품격과 완성도를 높였다.

이후 그는 레종 도뇌르 훈장 등 수많은 상을 받았으며 타임지 표지에 실린 첫 번째 디자이너라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1950년대 파리의 ‘오트 쿠튀르’를 국제화시킨 대표적인 디자이너로 샤넬과 함께 파리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다. 샤넬이 ‘새로운 파리’를 대표했다면 그는 풍요롭고 고풍스런 파리를 대변하면서.

“‘모드’는 인류의 심리적인 표현이며 인간에게 영원한 것이다. 모드야말로 우아한 마음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혼 위에 핀 인류의 희망이며 평화로의 길이다.” 디오르의 죽음으로 어려운 고비를 겪었던 크리스찬 디오르사가 2000년대가 돼도 건재하는 뒤에는 그의 이같은 패션철학이 숨쉬고 있다.

장 현 숙(보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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