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세계는 금융혁명중-6]"고객마음에 쏙 들게" 재테크 '개인비서'

  • 입력 2001년 5월 16일 18시 27분


“귀하의 랩어카운트 계좌에서 지난 분기에 12%의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뉴욕에 사는 크리스 화이트는 지난달 살로먼스미스바니(SSB)증권사로부터 기분 좋은 보고서를 받았다. 이날 화이트씨가 받은 것은 SSB가 랩어카운트 고객들에게 분기마다 발송하는 리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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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자신이 맡긴 돈이 어디에 투자돼 있으며 투자처별로 운용 실적은 어떠했는지 상세히 설명돼 있었다. 화이트씨가 맡긴 돈은 대형 가치주 펀드에 38%, 소형 성장주 펀드에 27%, 해외주식 펀드에 25% 등 주식형 펀드에 90%가 투자돼 있었고 나머지 10%는 정부가 발행한 채권과 장기 회사채에 편입돼 있는 상태.

SSB는 보고서에서 계좌 개설 이후 현재까지의 수익률과 최근 1년간의 누적 수익률 등 구분해 기간별 운용 실적도 명시했다. 투자된 종목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향후 증권시장 전망도 첨부됐다.

▼글 싣는 순서▼
1. 고객이 원하는 대로
2. 텔러(teller)에서 어드바이저(adviser)로
3. '무소불위의 화폐' 신용 카드
4. 종신보험 "인생을 설계해드립니다"
5. '클릭클릭'…왜 은행까지 가나요?
6. 재 테크의 만병통치약, 랩어카운트
7. 간접투자의 해결사, 뮤추얼 펀드
8. '큰손만 오세요, 부티크펀드
9. 세계증시의 통합바람
10. 우리에게도 경쟁력은 있다

또 하나 눈길을 끈 항목은 앞으로 계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조언.

“SSB의 전문가들이 귀하의 포트폴리오를 다음 분기에는 가치주 35%, 성장주 35%로 조정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조정할 의향이 있으면 담당 상담사(파이낸셜 컨설턴트)에게 연락바랍니다.”

화이트씨는 “자산을 관리해주는 개인 비서를 고용한 것 같다”고 랩어카운트의 장점을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랩어카운트 상품이 미국에서는 대중적인 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75년 후튼증권이 첫선을 보인 뒤 80년대 말부터 서서히 영역을 넓혀오다 90년대에는 연평균 60% 가량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

랩어카운트의 어떤 매력이 고객들을 끌고 있는 것일까.

SSB에서 개인고객 자문서비스팀을 이끌고 있는 앤 그레이는 “고객 개인별 자산 증식 프로그램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담사를 뒷받침해주는 리서치센터나 컨설팅그룹에 포진한 최고의 재테크 전문가를 저렴한 수수료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고객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상담사들은 고객과 1 대 1로 만나 자산 증식의 목표와 현재 재무상태를 면밀히 따진다.

“갖고 계신 재산과 여유자금은 얼마나 되나요” “재산을 늘리려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자녀 교육비 마련인가요, 아니면 집을 사려는 겁니까” 등 질문은 매우 구체적이다.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가격, 대출 잔고, 자동차 종류, 자녀의 희망 대학(사립인지 주립인지), 심지어는 보석류 가전제품 의류의 종류와 가격까지 묻는다. 고객의 재무 상황을 상세히 파악할수록 보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것.

메릴린치는 기본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별 자산현황 진단 결과를 아예 책자로 만들어준다. 70쪽이 넘는 이 책자에는 ‘현재 당신의 재산은 얼마이며 동종 업계에 비교하면 이 정도 수준이고, 이 추세대로 재산을 늘려갈 때 정년퇴직을 하는 시점에 모으게 되는 총 자산은 어떻게 되며, 그 돈으로 어떤 노후 생활이 가능한지…’ 등 고객의 현재 재무상황과 미래 전망이 상세히 기록된다.

그런 다음에는 질문지를 통해 고객의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지 공격적인지를 파악한다. ‘진단’이 끝나면 알맞은 상품을 ‘처방’해준다. 상품은 크게 컨설턴트랩과 뮤추얼펀드랩으로 구분된다. 컨설턴트랩은 고객에게 적당한 투자자문사를 소개하는 상품으로 메릴린치의 ‘컨설츠’랩이 대표적이다. 뮤추얼펀드랩은 복수의 뮤추얼펀드를 골라 투자목적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상품. SSB가 자랑하는 ‘트랙’랩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모든 과정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고객이 설정한 자산 증식 목표에 이르는 것. 따라서 상담사들은 표면적으로는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과 관리에 힘을 쏟지만 이뿐만 아니라 은퇴 후의 계획, 절세 및 학비 절감, 부동산 구입 등 고객의 ‘돈’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안을 관리하고 조언해준다. 주치의가 육체적 건강을 꾸준히 관리해주는 것처럼 랩어카운트 상담사는 고객의 ‘재무 건강’을 돌봐주는 셈이다. 그래서 이들을 ‘머니 닥터’로 부르기도 한다.

랩어카운트 영업에 있어서 증권사가 중요시하는 건 고객의 의견을 절대 존중한다는 것. 기존 상품이 고객의 욕구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아예 새 상품을 만들어줄 정도다. 또 하나는 프라이버시 보호. 고객들끼리 영업점 내에서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면담시간과 장소를 배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랩어카운트의 또 하나의 대전제는 ‘신뢰’다. SSB의 영업담당 임원인 리처드 재니악은 “고객에게 공지사항이나 자료를 보낼 때 e메일을 사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믿음을 쌓기 위해선 직접 자주 얼굴을 맞대는 게 최선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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