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

  • 입력 2001년 5월 11일 18시 37분


소인족의 친구가 된 키다리씨

어린 시절 내 소망은 무엇이었던가. 그 시절에는 분명 가슴속에 꼭꼭 감춰두었던 꿈이 있었을진대, 성장하면서 그 꿈들은 숱하게 바뀌어 갔고, 세상과 더욱 쉽게 타협하려는 욕망으로 인해 퇴색된 지 이미 오래다.

이 책의 주인공 키다리씨가 어른이 된 후에도 초등학교 때의 꿈을 잊지 않고 결국은 이루어 내는 모습을 보면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에서야 나는 내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

친구들과 놀다가 대장의 부당한 대우 때문에 스스로 놀잇감을 찾아 나선 ‘나’는 삼나무 숲에 둘러 쌓인 작은 산과 그 산에 오도카니 숨어 있는 삼각 모양의 조그마한 평지를 발견한다. 그 고요함과 신비감에 반한 ‘나’는 언젠가는 꼭 이 작은 산을 사서 거기에 집을 짓고 살아야겠다는 ‘동화’같은 소망을 갖게 된다.

어른이 되면 현실에 얽매여 살아가느라 어린 시절 가졌던 꿈들은 대부분 잊어버리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작가인 사토 사토루는 “누구나 마음 속에 갖고 있는 자신만의 세계를 올바르게, 밝게, 끈기 있게 키워 가는 일의 소중함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보통 사람의 새끼손가락 만한 크기에, 사람 앞에 나타나는 것을 싫어해 소리만 내고 모습은 보이지 않는, 민첩한 행동의 작은 사람 ‘코로보쿠루’라는 소인족 이야기는 어린이들이 충분히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소재이다. 또한 소인족과 성인이 된 키다리씨와의 우정을 아주 자연스럽고도 세밀한 묘사로 보여주는 점은 어린이들 뿐 아니라 어른이 된 내게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소인족들과 친구가 된 이후 키다리씨는 그 작은 산에 집 짓고 살고픈 소박한 꿈에서 좀 더 나아가 그들을 위해 그들만의 작은 나라를 세울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자연은 얼마나 훼손되었던가? 그렇게 사라져 버린 숲들과 크고 작은 산에는 또 얼마나 많은 우리들의 ‘작은 나라’가 산산조각 난 채 버려져 있을까?

이 책은 서른 살이 된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우리 옆에 앉아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쉽게 읽힌다. 물이 흐르는 듯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책이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겠다.

사토 사토루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251쪽 6800원 논장

오 혜 경(주부·36·서울 강북구 미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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