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윤철/논의할땐 안 보이더니…

  • 입력 2001년 5월 10일 18시 33분


서울시가 최근 난지도골프장 건설 계획을 확정하자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시의 환경문제 자문을 위해 구성된 녹색서울시민위원회(녹색위) 소속 시민단체 환경단체 인사 31명은 난지도 골프장 건설 계획 확정에 반발해 9일 녹색위에서 탈퇴했다.

이들은 탈퇴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가 협의를 하자며 시민단체대표를 불러놓고 정작 우리의 의견을 무시한 채 교묘하게 골프장을 건설하기로 결론지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장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기자의 머릿속에는 골프장 건설이 좋으냐 나쁘냐의 문제와는 별도 차원에서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골프장 건설 논의 과정에서 드러낸 말과 행동이 떠올랐다.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초 서울시가 난지도골프장 조성 계획안을 발표한 뒤 논란이 일자 이 문제를 기왕에 자신들이 참여하고 있는 녹색서울시민위원회에 상정해 의견을 수렴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여 녹색위에 이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골프장 건설을 전면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다”며 위원회의 구성과 명칭 등을 문제삼아 참여를 거부했다.

시민단체측 대표로 녹색위 집행위원회에 참여한 3명의 주요 인사들조차 그동안 수차례 열린 집행위 회의에 별 설명 없이 한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이 ‘장외행보’를 계속하는 동안 위원회의 논의는 계속 진행됐다. 결국 지난달 말 골프장과 생태공원을 함께 조성한다는 최종결론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이들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거나 ‘진행 과정을 일절 몰랐다’는 식으로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비단 골프장 문제뿐만 아니라 새 화장장 부지 선정 등을 맡고 있는 추모공원추진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서울시의 중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박윤철<이슈부>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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