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히딩크 "붙박이 따로 없다…철저한 실력 우선"

  • 입력 2001년 4월 29일 18시 51분


‘히딩크 축구’가 서서히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뒤 사실상 처음으로 선수들을 직접 선발해 참가한 LG컵 2001 4개국친선축구대회(25∼27일, 이집트 카이로). 히딩크 감독은 선수 선발부터 ‘파격’이란 평가를 들으며 과거 대표팀 감독들과 차이점을 보여줬다. 경기운영에서도 철저하게 ‘실력’을 우선하며 축구 스타일도 서서히 ‘유럽화’를 지향했다.

▽선수선발〓과거보다 현재를 중시한다. 스타플레이어라고 해서 언제나 태극마크를 달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뛰고 있는 안정환(25·페루자)이 ‘그라운드보다는 벤치를 지킨다’는 이유로 탈락했고 ‘무명’ 서덕규(23·울산)가 깜짝 발탁된 게 그 예. 국내프로축구와 해외리그를 직접 혹은 간접적(핌 베어벡 코치, 얀 룰프스 기술분석관 파견)으로 분석한 뒤 ‘능력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용병술〓‘무한 경쟁.’ 히딩크 감독은 27일 이집트를 꺾고 우승한 뒤 “어느 선수도 포지션을 확정하지 않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투입한 게 주효했다”고 말한 바 있다. 대표팀에 선발된 뒤에도 자신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면 그라운드에 나서기 힘들다는 것. 25일 이란전에서 윤정환(28·세레소 오사카)이 수비에 허점을 보이자 27일엔 과감히 벤치에 앉혔고 박지성(20·교토 퍼블상가)을 그 위치에 투입했다. ‘특정 포지션은 정해져 있다’는 과거 대표팀과는 전혀 다른 모습. 하석주(33·포항)는 노장임에도 25일 이란전에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맹위를 떨쳤고, 27일엔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해 ‘신뢰’를 보여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특정선수를 편애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가장 잘 뛰는 선수를 우대한다.

▽축구스타일의 유럽화〓‘90분을 풀타임으로 뛸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하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히딩크감독이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는 핵심 사항. 스트라이커임에도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설기현(22·벨기에 앤트워프)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수비에 소홀한 이동국(22·독일 베르더 브레멘)을 낮게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테크니션’ 윤정환도 공격은 잘하지만 수비가담을 하지 않는다고 문책을 당한 케이스. 결국 한국축구도 파워넘치는 유럽축구화 되어가고 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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