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 Diary]"전세계약 끝나야 결혼식"

  • 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33분


뉴욕 맨해튼처럼 극단적인 일이 자주 일어나는 곳도 없을 것이다. 꿈같은 로맨틱한 일이 있는가 하면 기계적이고 삭막한 일이 일상적으로 반복되기도 한다. 하루는 내가 친구 숀에게 오래 전부터 사귀고 있는 그의 여자 친구 샌드라와 결혼을 할 것인지, 결혼을 하면 언제 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숀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해야지. 그런데 샌드라가 지금 전셋집에 살고 있거든. 그 전세 계약이 끝나는 7월에 식을 올려 합방하려고 해.”

멜리사의 할머니 해리트는 브루클린의 한 장례식장이 최근 문을 닫았다는 말을 전해듣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멜리사에 따르면 해리트 할머니는 부모님 두 분이 돌아가셨을 때 그 곳에서 모셨고 또 자신도 그곳에서 이 세상과 하직하고 싶다고 자손들에게 부탁했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특히 자신이 죽으면서 자손들에게 부담되는 것을 꺼려 장례에 관한 일체의 일을 미리 준비해 두셨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멜리사가 할머니를 위로하며 “걱정마세요. 조금만 더 시내로 들어가면 다른 장례식장이 있잖아요”하자 할머니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난 죽은 후에라도 복잡한 시내에 발을 들여놓는 건 딱 질색이란 말야.”

<연국희기자>ykook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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