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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18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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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시나리오는 ‘17일 시간외 나스닥지수선물 상한가→18일 미국 나스닥지수 상승, 특히 반도체 주가 상승→19일 국내 반도체 주가 상승’이다. 과연 한국과 미국증시는 K씨의 희망대로 움직여줄까?
대답은 ‘글쎄요’다.
미국에서 반도체 주가가 오르면 그 다음날 국내증시에서 반도체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에는 충분히 근거가 있다. 99년이후 굳어져버린 ‘동조화 현상’이 그것. 문제는 첫 번째 연결고리다.
미국의 비즈니스위크지(紙) 4월 2일자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선물시장의 움직임은 현물시장의 향방과 별로 관계가 없다. 올 1월 9∼3월 21일에 다우지수, 나스닥지수, S&P500지수와 각각의 지수선물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54∼62%에 불과했다. 특히 현물 개장 15분 전까지 거래되는 나스닥100지수선물(글로벡스)와 S&P500지수선물이 개장 15분 후의 나스닥지수 및 S&P500지수와 방향이 일치한 경우도 60%를 넘지 못했다. 17일 개장전 나스닥선물은 기술주 실적악화 우려로 하한가를 기록했으나 나스닥현물은 0.71% 올랐다.
이처럼 미국에서 현선물간의 상관도가 의외로 높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선물 거래량이 극히 적기 때문.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미국의 선물 거래자는 전체 투자자의 2∼4%에 불과하다. 거래량이 적다 보니 몇몇 큰손의 대량주문이 가격을 크게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KGI증권 한창헌 선임연구원은 “글로벡스선물의 가격변동은 현물 마감후 1시간(우리시간으로 오전6∼7시)과 현물 개장전 1시간동안(오후 10시반∼11시반)에 거의 다 이뤄지며 국내증시 개장시간에는 이렇다할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투자자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나스닥선물은 24시간 내내 거래되지 않고 하루 45분간의 공백이 있다. 특히 시간외선물시장은 현물 폐장 45분 뒤에 열린다. 따라서 지수선물의 움직임을 해석하는데 주의해야 한다.
한 예로 나스닥현물이 50포인트 오른 채 끝나고 현물 폐장 직후 시스코시스템즈같은 대형 나스닥종목이 실적악화를 발표했을 경우 현물시장보다 15분 늦게 끝나는 장중선물은 80포인트 급락하게 된다. 30분후 거래가 시작되는 글로벡스가 20포인트 올랐다고 하자. 이를 ‘투자자들이 나스닥의 상승세를 예상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풀이다. 글로벡스의 등락은 장중선물의 종가 기준이다. 따라서 현물 종가 기준으론 60포인트 떨어진 셈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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