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일산 고속터미널 '안개' 여전…8년째 표류

  • 입력 2001년 4월 6일 18시 49분


《일산신도시 주민들의 숙원인 고속버스 터미널 건립이 8년째 표류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과 사업주체인 민간업자 토지공사 고양시청 등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사업은 진척되지 않은 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형편이다.》

▽현황〓터미널 건립이 예정된 부지는 일산신도시의 첫 머리인 경기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 1242의 8688평. 부근에는 상업시설을 들일 수 있는 단독택지가 자리잡고 있다.오랫동안 방치된 이 부지를 사들인 한 회사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97년 사업을 포기했고 작년 2월에는 현재의 일산터미널 유통주식회사가 184억여원에 다시 매입계약을 체결했으나 아직까지 한 차례의 중도금도 내지 못하고 있어 사업추진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주민 피해〓터미널이 곧 들어설 것으로 믿고 인근 단독택지를 사들여 상가건물을 지은 주민들은 사업 지연으로 재산상 피해를 봤다며 연일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터미널 부지 곳곳에는 사업추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주민 안영숙씨(56·여)는 “다른 단독택지보다 평당 20여만원씩 비쌌지만 ‘터미널이 들어온다’는 토지공사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했다”며 “8년을 기다리는 동안 은행빚만 남았다”고 말했다.

터미널 부지와 가까운 단독 8블록 공터는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마구 버려진 쓰레기들로 악취가 진동할 정도. 또 상가들은 한 달이 멀다하고 업종이 바뀌는가 하면 최근에는 상가가 아니라 주거용 빌라만 지어지고 있다. 이들 빌라도 가구수 제한(4가구)을 지키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

▽토지공사의 주장〓작년 8월과 올 2월 두 차례 중도금을 받지 못했지만 대안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 토공의 주장. 4년 안에 대금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았다고 일산터미널유통과의 계약을 무효로 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토공 관계자는 고양시에 조성원가로 부지를 제공, 공영개발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의 대안〓주민들은 도시계획조례를 개정, 터미널 건물의 용적률(바닥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의 비율)과 판매시설 비율을 높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용적률 150%(높이 8층)에 판매시설 면적이 터미널시설 면적을 넘을 수 없다는 규정을 완화해야 터미널사업이 활기를 띠게 된다는 것. 근본적으로는 일산터미널유통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부지 매각대금을 더 낮춰 대형 유통업체 등과 다시 매각협상을 벌여야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망〓고양시는 아직까지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형평성을 내세워 쉽게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뜻만 내비친 상태.

이에 따라 토공이 땅값을 더 내리지 않고 시가 용적률과 터미널 판매시설 비율을 완화하지 않으면 일산터미널을 둘러싼 주민 피해와 반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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