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코미디언 스티브 마틴 "그림사랑에 빠진지 오래됐어요"

  • 입력 2001년 4월 5일 19시 13분


유명 인사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소중한 것들을 싸구려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 많다. 인터뷰를 하다가 잠깐의 말실수로 인생의 소중한 부분을 팔아 넘겼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30년이 넘게 수집해 온 예술 작품들에 대해 여태껏 입을 열지 않았다. 내 수집품이 명성을 얻기 위한 도구로 인식되거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상업적 수단으로 취급받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 작품들을 전시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중과 이 작품을 나누고 싶다거나, 이 작품들의 광채를 더 이상 나만의 것으로 간직할 수 없어서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정말 근사할 텐데.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내가 수집품을 전시하기로 한 것은 단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사실 나는 18세가 될 때까지 코미디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예술도 접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살아오면서 ‘예술에 대한 느낌’을 체득했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직관적으로 깨달은 것이 아니라 수백점의 그림들을 보고 나름대로 분류를 하면서 얻은 것이다.

1970년 나는 에드 러샤의 판화를 사들이면서 공식적인 수집가가 되었다. 그 후 서투른 발걸음으로 예술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테리 들랩이라는 미술품 거래상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19세기 미국 회화를 소개해 주었고, 나는 즉시 그 그림들과 사랑에 빠졌다. 그림을 수집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이미지를 중시하고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하며 미술 사조에 기준을 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나중에 정한 원칙은 화상들이 목숨이라도 걸 것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림들만 수집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이 마지막 원칙을 적용해서 꽤나 괜찮은 그림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떤 한 가지 원칙에 집착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우리 집 벽에 걸 수 있는 좋은 그림’이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생 예술품을 수집한 후에야 이처럼 소박한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정말 신기하기 짝이 없다.

▽필자〓스티브 마틴

(http://www.nytimes.com/2001/04/01/arts/01MAR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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