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4월 "증시에도 잔인한 달"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45분


종합주가지수가 해외 변수에 휘둘려 장중 한때 500선이 붕괴되는 등 바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휘청거리고 있다. 연일 저점을 경신하는 미국 나스닥지수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엔―달러 환율이 증시를 짓누르는 부담요인이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의 영향력이 워낙 커 자신있는 장세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증권거래소시장과 코스닥증권시장은 마치 ‘천수답’처럼 외부 변수의 호전에 명운을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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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를 걷는 외부변수〓2일 미국 나스닥지수는 1,800선이 붕괴됐다. 57.29포인트(3.1%)가 급락해 1,782.97로 주저앉았다. 이 지수는 29개월 만의 최저수준으로 지수의 추가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미국 다우지수는 가격과 기간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나스닥지수는 떨어질 만큼 떨어졌지만 언제 반등할지 알 수 없다”며 “이는 국내 증시의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3일 한때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355원대까지 급등했다. 원화 환율은 대체로 엔화 환율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일본 경기 침체로 엔화 약세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원화 환율 약세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1.94포인트 떨어진 503.26까지 추락했다. 종합지수는 장중에 498.27까지 떨어져 투매현상도 나타났다. 코스닥종합지수도 2.05포인트 하락해 66.24가 됐다.

▽종합지수의 지지선은 얼마인가〓전문가들은 이전 지지선인 종합지수 520선이 무너졌기 때문에 이제 500선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500선 이후 단계의 지지선을 예상하는 데는 전망을 삼가고 있다.

동원증권 정훈석 연구원은 “지금 상황은 환율과 금리 주가가 공명현상을 일으키며 동반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진정되기 어렵다”며 “지지선을 짚어내기는 어렵지만 480선이 저지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수전망이 어려운 데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원화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는 양상을 보이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1050억원 순매도했다. KTB자산운용 장 사장은 “외국인이 환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수 하락폭을 줄일 수 있는 내부적인 수단이 없는 점도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연금 실탄이 고갈상태이기 때문에 정부가 의존할 수단이 마땅히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4월 한달간은 증시가 극도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1분기 실적이 확인되는 4월 중순 이후까지 약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개인투자자 대응요령〓관망하는 게 가장 좋다고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충고하고 있다. 피데스증권 정동희 투자전략팀장은 “정보통신쪽은 재고조정이 지속되고 금융주는 현대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경기방어 중소형주나 인수합병주 등도 힘이 없다”고 말했다.

동원증권 정 연구원은 “지수가 500선에 도달해 주가가 싸다는 이점이 외부의 악재를 압도할 것 같지는 않다”며 “반도체가격의 상승세나 원화 환율의 진정세 등이 구체화된 뒤에 투자에 나서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금동근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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