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임지사 '무죄' 검찰 반발…"판결 이해못하겠다"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36분


서울고법이 3일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이 수사상 잘못을 저질렀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데 대해 검찰이 반발하고 나섰다.

재판부인 형사3부(재판장 손용근·孫容根부장판사)가 가장 크게 문제삼은 부분은 임지사와 서이석(徐利錫)전 경기은행장 사이에 은행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 이는 임지사가 받은 1억원이 ‘뇌물’인지, ‘정치자금’인지를 가름하는 중요한 쟁점이다.

▽재판부 판단〓재판부는 우선 청탁 사실을 인정했던 임지사와 서전행장의 검찰 진술에 대해 “검찰이 객관적인 상황에 관한 기초조사 없이 무리하게 관련자들을 추궁해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을 이끌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임지사와 서전행장이 처음 만난 날을 당초 98년 5월초라고 주장하다가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98년 3월로 변경한 것과 첫 만남 이후 수차례 청탁이 오갔다는 부분도 문제삼았다.

재판부는 판결 요약문에서 “(검찰이)당초 주장한 처음 만난 날(1998년 5월초)이 잘못으로 밝혀져 관련자들 진술의 신빙성에 문제가 생기자 부득이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검사의 막연한 추측일 뿐이고 아무런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1월 재판부의 공소장 변경결정을 검찰이 거부한 데 대해 손부장판사는 “지금까지 유사한 경우 법원은 검찰이 의무적으로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당시 검찰이 반발했다는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의아한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 반발〓당시 수사검사 및 검찰 지휘부 관계자들은 판결이 내려진 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판결취지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취지의 표현에 대해 “당시 수사는 검찰 수뇌부조차 부담스러워한 사건이었는데 어떻게 증거와 진술을 조작할 수 있었겠느냐”며 “조작을 했더라도 한 두 사람도 아닌 여러 사람의 진술을 조작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서전행장과 임지사가 처음 만난 날을 정정한 데 대해 “항소심 재판에서 임지사의 변호인들이 임지사의 업무수첩에 적힌 메모를 제시했고 재판부가 그 날짜를 인정해주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과 관련된 손부장판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중국 고사성어를 원용해 “귤(뇌물)이면 귤이고 탱자(정치자금)면 탱자지 귤을 탱자라고 할 수는 없으며 퇴출직전의 은행장이 한가로이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며 공소장 변경 거부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전망〓검찰의 상고 방침에 따라 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대법원으로 옮겨가게 됐다. 만일 대법원이 이 판결을 파기하더라도 사건이 서울고법으로 환송돼 대법원이 이를 다시 확정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임지사는 내년 5, 6월경으로 예정된 지방선거 때까지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석호·이정은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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