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핑클, 한 남자를 두고 4각 관계

  • 입력 2001년 3월 30일 10시 59분


네 명의 요정이 네 가지 색의 각기 다른 사랑을 펼친다.

푸르른 느낌, 참매실 유리. 여행이라도 온 것일까, 푸른 나무가 보이는 마을의 한적한 길거리. 그녀의 뒤를 간절하게 쫓아오는 남자를 외면하고 냉큼 택시를 잡아탄다. '참을 수 없어'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내뱉고 떠나는 유리.

빨간 유혹, 참자두 효리. 귓가에 찰랑거리는 단발머리에 커다란 링 귀걸이를 단 효리는 도발적인 캐릭터. '니가 사랑을 알아?' 자신의 키보다 아래에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대사를 툭 던진다. 붉은 배경이 효리의 매력적인 시선을 더욱 요염하게 만든다.

연두빛 사랑, 참다래 이진. '야, 내가 왜 좋아?' 이진은 남자의 등에 업힌 채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짓궂은 질문을 한다.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이다. 남자는 그런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듯 쑥스럽게 피식 웃는 걸로 대답을 대신한다.

노란향기, 참모과 주현. 밤거리를 서성이는 주현은 비련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애절하게 눈물을 흘리며 읊조리는 대사는 '날 혼자 두지 마'. 이 짧은 한마디에는 떠난 연인을 향한 원망과 그리움이 배어나는데.

참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내래이션이 깔리고, 효리와 유리가 서로 마주한다. 자신만만한 표정의 효리에게 유리는 흘깃 째려보며 비죽거린다. '참 잘났어'

광고의 첫 느낌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유리는 왜 그런 말을 내뱉으며 애인을 떠나는지, 주현의 눈물어린 호소는 무엇이며 마지막의 참 잘났어 대사는 어디서 호응되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멘트와 각각의 음료 설정의 관계가 너무 모호하다.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이들의 모호한 설정을 푸는 해법은 의외의 곳에 숨어 있다. 네 명의 상대가 단 한 명의 남자라는 것. 이 남자를 따라가면 이해가 쉽다. 실상은 유리를 사귀는 중에 이진에게 빠져들어 바람이 났고, 효리의 유혹을 받고 있는 중이며 주현과는 옛 연인 사이다.

트렌디 드라마의 예고편을 보는 듯한 참사랑 시리즈. 이것은 일종의 컬러링 마케팅이다. 네 명 멤버의 이미지대로 컬러를 하나씩 배정하고 그 느낌을 살려 색깔사랑으로 독특하게 풀이한 것이다.

유리는 냉정하게 돌아서는 푸른 사랑, 유리는 섹시하고 유혹적인 붉은 사랑, 이진은 파릇파릇한 연두 사랑, 주현은 그리움의 따스한 노란 사랑.

그렇다면 유리가 효리를 빤히 보면서 건넨 참 잘났어의 의미는? 이렇게 버젓이 애인 있는 남자를 유혹하려 들다니, 그렇게나 잘났어? 라는 앙증맞은 일침이 아닐까.

흥미로운건 '참'이라는 단어가 주는 아이러니한 뉘앙스. 참사랑은 끝나지 않았다의 의미는 제품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그들이 처한 사랑의 잠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남자를 사이에 둔 4각 관계의 사랑을 진짜 참사랑이라는 건 너무 민망하지 않나.

핑클의 컬러링은 상큼하지만 아무래도 컨셉과 세부적인 연결고리는 미흡하다. 이어지는 참사랑은 이름처럼 좀 더 명징하고 투명했으면! 연출과 사랑의 의미까지 포함해서.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