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시대]시스템 불안정…'1시간전 도착' 필수

  • 입력 2001년 3월 29일 18시 38분


인천국제공항은 개항 첫날인 29일 순조로웠다. 항공기 이착륙이나 탑승 수속, 수하물 처리 등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지금까지의 말썽이 “깜짝쇼를 위한 액땜이 아니었느냐”고 승객들이 물을 정도였다. 그러나 불안정한 시스템과 부대시설 등 개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불안한 체크인 시스템〓완전 자동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도 네트워크가 안정화되지 못해 반자동 모드로 처리하고 있다. 승객들에게는 큰 불편을 주지 않았지만 항공사 직원은 수하물 꼬리표를 하나 더 달아야 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 미국 노스웨스트항공의 체크인 카운터 단말기가 꺼져 1시간 정도 수하물 처리가 지연됐다. 승객들은 시스템다운 등을 감안해 김포공항 때보다 1시간 정도 일찍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운항정보시스템(FIS)도 걱정〓항공기 이착륙 정보를 체크인시스템이나 게이트 등에 전달하는 장치도 수동 체계로 운영돼 오류 발생 가능성이 있다. 정보를 잘못 입력하면 공용 사용자 시스템(CUS) 등 하부 시스템이 오작동, 승객들을 엉뚱한 게이트로 안내하거나 화물이 다른 항공기에 실릴 우려가 있다. 운항 편수가 적었던 첫날은 괜찮았지만 시스템 운영 인력의 피로가 누적되고 항공편이 늘어나는 주말에는 정상 운영을 장담하기 어렵다.

▽식당도 태부족〓식당 공간이 부족해 식사시간에 승객들이 복도에 길게 줄을 늘어서 30∼40분씩 기다리거나 식당을 찾아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많이 목격됐다. 식당 좌석이 절대 부족하기도 했지만 서비스에 익숙하지 못한 종업원들의 미숙함도 혼잡을 가중시켰다.

▽지방 승객 고생길〓인천공항에서 국내선이 직접 연결되는 지역은 부산과 제주뿐. 그나마 부산에서는 하루 세 차례, 제주는 하루 두 차례만 왕복 운항한다. 지방 승객은 국내선 항공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내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거쳐 31.9㎞ 떨어진 인천공항으로 가야 한다. 이 때문에 대구나 광주 등지에서는 아예 일본의 나리타나 간사이 공항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하거나 전세버스로 인천공항까지 오는 승객도 있었다. 인천공항 시외버스터미널은 버스시간표도 없는 상태다.

▽부실한 안내표지판〓축구장 60개 넓이의 여객터미널의 규모에 비해 안내 표지판이 부족하다. 이날 오후 일본으로 출국하려던 회사원 손모씨는 “30여분간 헤매다 겨우 공항 이용권 판매대를 찾았다”면서 “최첨단 공항에 간단한 표지판 하나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것은 무성의한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단 하나뿐인 접근로〓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이 단 하나여서 대형 교통사고 폭설 안개 등 변수가 생기면 시간이 많이 걸려 비행기를 무더기로 놓칠 수도 있다. 물론 월미도와 율도에서 영종도로 가는 뱃길이 있지만 공항고속도로가 끊겼을 때 교통량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 2005년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인천국제공항철도 1단계 사업(38.7㎞)이 끝나기 전까지 항공기를 놓치는 일이 다반사가 될 듯하다. 톨게이트도 일부만이 정상 운영되고 있으며 입석으로 운행되는 리무진 버스도 있어 단속반에 걸리기도 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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