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공무원 성과급 '희비'

  • 입력 2001년 3월 27일 19시 04분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27일은 갑자기 날아든 ‘낯선 선물’로 어수선한 날이었다.

낯선 선물의 정체는 26일부터 급여계좌를 통해 지급된 ‘공무원 성과급’.

조급한 마음에서 집에 전화를 걸어 통장에 성과급이 들어왔는지 확인해 보는 직원들의 표정에서 일희일비가 엇갈렸다.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성과급을 받지 못했거나 받아도 뭔가가 ‘찜찜한’ 이들의 씁쓸한 한마디가 잇달았다.

“오늘 성과급이 통장으로 들어온단다. 50%라도 받아야 집사람한테 체면이 설텐데….”

“통장을 찍어 보니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난 무능한 놈이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후회된다. 가끔씩 윗사람한테 술도 한잔 사고 노래방 가서 번호도 눌러 주고 캔맥주 까주고 했으면 이럴 때 한방에 만회할 수 있는 건데….”

직원들을 평가해 성과급을 나눠줬던 모 과장이 이를 본 뒤 혀를 차며 한마디했다.

“쯧쯧, 우리 부서에선 이런 불만 가진 직원은 한 명도 없어요. 돈 나오기 전에 미리 약속해서 나눠 가지기로 했거든요.”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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