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웨이 오브 더 건>"이 바닥에 정의는 없어"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36분


돈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않는 밑바닥 인생 파커(라이언 필립)와 롱바우(베네치오 델 토로)는 정자를 팔기 위해 정자은행에 들렸다가 정보 한 건을 건진다. 로빈(줄리엣 루이스)이라는 대리모가 거물사업가의 아기를 낳아주는 대가로 1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그녀를 납치해 거액의 몸값을 챙기기로 한 두 사람은 경호원들과 한바탕의 총격전 끝에 로빈을 납치한다. 하지만 단꿈도 잠시, 아기 아버지 치덕은 범죄조직과 결탁된 인물. 아기 아버지가 보낸 다양한 해결사들의 추적을 받게된 두 사람은 궁지에 몰린다.

웨이 오브 더 건(Way of the Gun)’은 영화적 반전의 재미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던 ‘유주얼 서스펙트’의 각본을 쓴 크리스토퍼 맥퀴리의 감독 데뷔작.

하지만 이 영화에서 기막힌 반전의 묘미를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난데없이 피범벅 가득한 액션영화가 안겨진다. 그러나 액션영화의 팬에겐 뜻밖의 선물이 될 것 같다. 물론 이 영화에도 배신을 거듭하는 비정한 범죄자들이 등장한다. 무지막지한 총격전 끝에 임산부를 납치하는 주인공들은 오히려 순진한 편.

로빈의 경호원은 뒤통수에 총이 겨눠져도 동귀어진(同歸於盡·너죽고 나죽자)의 자세로 달려들고 치덕의 젊은 아내는 그런 경호원을 꼬셔 로빈을 죽이라고 사주한다. 로빈은 한수더 뜬다. 뱃속 아기의 진짜 아버지는 실제론 산부인과 의사.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는 다시 치덕의 또다른 아들로 밝혀진다.

영화는 이처럼 속고 속이면서 근친상간과 근친살해로 얽힌 세상에 저주라도 퍼붓듯 로빈이 난산을 겪는 와중에도 마구잡이로 총알이 쏟아지는 총격전으로 마지막 20분을 마무리한다. 외딴 멕시코 사창가 마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총격전은 잔혹 서부극이라 할 ‘와일드 번치’를 연상시킨다.

감독은 엇갈리게 꼬여든 현실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 나가며 세상이 얼마나 부조리하고 썩었는지를 보여주려한 것 같다. 하지만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자연스럽게 풀렸던 그 실타래는 마구 엉켜있다.

맥퀴리 감독은 스릴러의 대가였던 알프레드 히치콕의 후예라기 보다는 폭력미학의 대가였던 샘 페킨파의 추종자로 여겨진다.

‘대부’에서 혈기 넘치는 갱스터로 나왔던 제임스 칸이 사건을 마무리짓는 늙은 해결사 조 사르노로 나와 내뱉는 대사야말로 그것을 입증한다.

“업보(Karma)란 정의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을 의미하지. 난 정의를 믿지 않네.”24일 개봉. 18세이상 관람가.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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