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아라파트 테러우려 숙소 게릴라식 이동

  • 입력 2001년 3월 20일 18시 33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72)이 게릴라 시절의 풍찬노숙(風餐露宿)생활로 돌아갔다.

이스라엘과 분쟁이 6개월째 이어지자 테러를 당할 것을 우려해 요즘 들어서는 매일 숙소를 바꾸고 그간 서랍에 넣어두었던 소형 기관단총을 휴대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지난달 중동 평화문제 협의차 팔레스타인을 찾은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을 영접하러 공항에 나갈 때도 특공작전을 벌이듯 요르단 군용헬기를 이용했다. 행정수도와 팔레스타인 정착촌이 있는 요르단강 서안지역을 찾는 일도 없어졌다.

1956년 수에즈 전투 참가 이후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해 싸워온 아라파트가 이처럼 몸을 움츠린 것은 아라파트의 평화 방안에 반발한 하마스 등 과격무장단체가 그를 비난하고 있기 때문. 또한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생활필수품 등이 부족해지자 국민의 불만이 폭발 직전인 탓도 있다.

아라파트는 만일에 대비해 망명할 생각으로 이미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협의했으며 바그다드에 벌써 집 세 채를 마련해 두었다는 풍문도 있다. 93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는 현재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게릴라 대통령’으로 생을 마감할 가능성도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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