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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9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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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잡지 만들 생각을 했다. 이름하여 '노나메기'. 그 뜻이 참으로
심상찮다. '같이 일하고 같이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을 뜻하는 우리 옛정서라는데.
독자가 대체 몇천명이나 되고 돈과 사람이 어디 있다고 월간지를 내겠는가.
그래도 반드시 내야만 하겠기에 계절마다 선을 보였다. 함석헌선생이 나이 일흔에 '씨알의 소리'를 냈던가. 두 잡지의 분위기가 비슷하다. 강산이 몇 번 바뀌어 표지가 칼라풀해졌고 페이지는 두툼해졌지만. '쓴 소리'없는게 다를까. 아니다. 3호에서는 '분단의 모든 책임은 미국'이라며 '미국자본의 해체'을 매섭게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네 권째인 이번호 테마기획은 '감격시대'.
감격은 없고 환호가 남았다고 진단한 21세기 벽두, 발행인은 이 잡지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일지라도 봄은 오고야 만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아이로 치면 초등학생일 터. 가슴을 활짝 열고 어떠한 편견없이 감격할 것은 감격하고 분노할 것은 분노할 줄 알아야 '진짜 사람이 아니겠냐'는 말뜸(話頭)으로 읽힌다. 시(詩)라는 것이, 문학이라는 것이 사람을 감동과 감격으로 몰아넣지 않으면 '말장난 아니냐'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백기완의 '거리에서 배운 문학수업'을 읽어보자. 잉걸은 꺼져도 쉽게 꺼지지 않는다. 주변을 따뜻하게 안는 그 품이 크다. 그가 읊어대는 시가 '진짜 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울림만큼은 크다. 마음을 데워줄 뿐아니라 무릎까지 치게 한다. 그게 다 올곧은 '사람사랑' '나라 사랑'에서 나온 것이라면 틀린 말일까.
엉성하게 차려진 목록을 보면 어디 읽을만한게 있나 싶지만, '감격을 생산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오세철-양해동씨 댓거리와 '감격의 창출, 저항의 감동'이라는 이름의 남정현-신학철님과의 댓거리를 보자. 무엇에 감격해야 하고고 무엇에 분노와 저항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한다. 예술도 모르는 인간들의 작태라니 쯧쯧쯧.
감동의 명화 '남북공동경비구역 JSA'를 제작한 이은씨의 뒷이야기도 들어보자.
김규동(시인) 김진균(서울대 사회학교수) 이행자(시인) 서동석(민중불교운동가)님이 가슴에 맺힌 잊을 수 없는 시 한편과 그 감동을 적어보내왔다. 원고료로 잡지 한 권이나 덤으로 받겠지. 중앙대 겸임교수인 백일씨는 '중국사회주의 시장경제론 비판'이라는 논문의 연재를 시작했다. 한 권에 6000원 1년 정기구독료가 2만4000원이다. 762-0017.
최영록<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