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불법SW단속…불꺼진 대덕 벤처밸리

  • 입력 2001년 3월 16일 19시 15분


불법 소프트웨어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된 이후 ‘벤처기업의 산실’인 대전 대덕연구단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500여개 벤처기업이 밀집돼 지난해 9월 ‘대덕밸리’로 선포된 이곳 기업들 중 상당수는 12일 정보통신부와 검찰 경찰의 합동단속이 시작되자 임시휴업을 하거나 아예 컴퓨터를 집으로 들고 가기도 해 연구개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5일 오후 10시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창업지원센터(TBI) 건물.

며칠 전만 해도 45개 벤처기업이 모두 환하게 불을 켜놓고 연구개발 작업에 몰두하는 시각이었으나 이날은 4, 5개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불이 꺼져 있었다.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 적발된 M테크 사장 김모씨(43)는 이날 밤 사무실에 혼자 앉아 “지난 2년 간 밤을 지새며 신기술 동영상편집기를 개발해 곧 판매에 들어가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 TBI건물에 있는 N사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12일부터 1주일간 전체 직원에게 휴가를 줬다. 16일 현재까지 대덕연구단지 내에서 적발된 벤처기업은 5개소이나 단속 여파는 전체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자통신연구원 벤처기업진흥팀장 유준종 박사(41)는 “적발된 업체들은 자본금이 1억∼3억원 수준에 불과해 벌금이 부과되면 벤처의 꿈을 접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200여개 벤처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21세기 벤처 패밀리’ 이경수(李璟秀·44) 회장은 15일 대전지검 고위 관계자를 만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회장은 “불법 소프트웨어를 교체하기 위해 상당수 회원사가 돈을 모은 상태이나 단속이 강화되면서 수요가 폭증해 정품을 구하려면 최소한 1주일 이상 필요하다”며 “정품구입 주문을 한 업체에 대해 정상을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불법 소프트웨어를 근절시키되 기업들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어 단속 수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정부의 단속 이후 주문 물량이 급증하자 그동안 정상가보다 싸게 공급해온 공동구매 방식을 거부하고 비싼 개별구매 방식을 요구하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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