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가관(可觀)

  • 입력 2001년 3월 16일 18시 32분


가관(可觀)이라는 말은 두 가지 다른 뜻을 갖고 있다. 하나는 ‘꽤 볼 만하다’는 긍정적 뜻이고 다른 하나는 ‘꼴이 볼 만하다’는 뜻으로 어떤 행동이나 상태를 비웃을 때 사용되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쥐뿔도 없는 주제에 허세를 부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다”고 할 때의 가관은 물론 상대방을 비웃는 것이다.

▷요즈음 지방나들이 경쟁을 하고 있는 이른바 대권주자들의 행보가 가관이다.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민심을 얻어야 하겠지만 이 지역에 가서는 이렇게 민심을 긁고 저 지역에 가서는 또 다른 말로 감정을 자극하니 문제인 것이다. 당당하게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대권주자의 의젓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이미 지역감정을 들먹이는 기술은 3김보다 더 능숙한 것 같다는 얘기도 들린다.

▷요즈음 지방나들이는 아무래도 여러 인사들이 경합하고 있는 민주당쪽이 심한 모양이다. 한동안 ‘영남후보론’으로 신경전을 벌이더니 무슨 강연이다, 학술회의 참석이다 하는 명목으로 대의원들 접촉에 열을 올린다고 한다. 그들은 내년에 가서야 전당대회를 열어 후보를 정할 것이라고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청와대야 무슨 말을 하든, 당이야 어떻게 되든 나는 나대로 뛴다는 식이다. 오죽하면 민주당 내 동교동계의 한 핵심인사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이 되고자 하는 데 집착하는 최고위원들에게 드리는 충언’이라는 보도자료까지 냈을까.

▷야당쪽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수뇌부는 경상도 사람들이 몰표를 주겠다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영남지역정서만 싸고돈다. 한나라당에서 떨어져 나온 TK출신의 모 인사는 느닷없이 영남이 동의할 수 있는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정책 연합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역정서에 기대어 꺼져 가는 자신의 정치적 불씨를 살리려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워 보인다. 정치권이 이렇다보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인척이라는 어느 교수는 “내년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호남 충청 강원의 연합이 필요하다”며 이른바 ‘영남포위론’으로 훈수까지 둔다. 지역감정에 편승하려는 이른바 대권주자들과 그 주변 사람들의 요즈음 모습이 정말 가관이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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