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피아노 소품으로 꾸민 소녀의 기도…금혼식…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58분


바다르체프스카 ‘소녀의 기도’, 마리 ‘금혼식’, 파데레프스키 ‘미뉴에트’…. 가끔 옆집에서 들려오곤 했던 클래식 소품들이다.

초보 피아니스트들의 사랑을 받는 이 소품들을 우리나라 ‘대표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 연주한다. 18일 오후 3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김대진 컬렉션 ‘명곡의 순례’.

“콘서트는 무엇보다 즐거워야죠. 그런데 작품이 갖는 무게에 압도된 나머지 ‘즐겁지 않은’ 연주회가 많습니다. 온 가족이 일요일 오후 산책하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연주회를 짜 보았습니다.”

연주되는 작품 중 특히 ‘소녀의 기도’는 전문 연주자들이 잘 손대지 않는 작품. 그러나 김교수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레코드 수집광이셨던 아버님의 소장음반 중, 이 곡이 중간에 단조로 바뀌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렇게 연주하는 것은 이후에 다시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악보도 남아있지 않구요. 어릴 때 음반을 듣던 기분을 살려 저도 중간부분을 단조로 연주해보기로 했습니다.”

수많은 학생을 가르치는 그에게도 골치아픈 ‘소품’이 있다면? 2,3년 피아노를 치면 누구나 손대고 싶어하는 쇼팽의 ‘즉흥 환상곡’을 그는 난곡으로 꼽았다.

“동료 교수들이 웃으면서 ‘학생때 한번 안쳐봤느냐’고 묻더군요. 저는 오히려 이 작품을 손대지 않은 채 지금까지 지내왔거든요. 최소한 누구나 섣불리 시도할 만한 작품은 아닌 것 같아요” 그는 특유의 소년같은 웃음을 짓는다.

김대진은 미국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에서 박사를 취득했고 1985년 로베르 카자드쉬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모차르트 ‘터키 행진곡’,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 등도 이날 무대에 오른다. 1만∼3만원. 02―391―2822∼5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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