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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2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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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체제의 깊은 잠에서 쿠바 경제가 깨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AP통신과 CNN방송 등 외신이 11일 전했다. 40년 동안 빗장을 굳게 잠갔던 미국이 지난해 쿠바에 대한 식량 및 의약품의 금수조치를 해제하기로 결정한 것이 그 시발점이었다.
▼자본주의 접목 활황조짐▼
비틀스 팝송이 흐르는 아바나 시내에는 외국 관광객이 몰려들고 쿠바와의 교역을 전담한 미국의 선박회사 수는 60여 개로 늘어났다. 50년대 ‘카리브해의 진주’로 각광받던 아바나 영화(榮華)의 재연을 꿈꾸는 성급한 기대도 넘쳐흐른다.
호세 로드리게스 쿠바 경제장관은 “쿠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사기업과 자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7명 이상의 종업원을 고용해야 영업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기업과 식당 등 사기업 분야가 크게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사기업 분야에 대한 각종 규제와 높은 세금으로 쿠바의 산업은 갈수록 쇠퇴해 갔다. 3년 전 17만명에 이르던 자영업자가 오히려 15만명으로 줄고 600개에 이르던 아바나의 식당도 400개가 문을 닫았을 정도.
이런 상황에서 쿠바 정부가 육성에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관광산업이다. 80년대까지 무역의 80% 이상을 의존해 왔던 구소련의 붕괴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쿠바 산업 중 그나마 유일하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
▼관광객 몰리고 교역 활기▼
1993년 달러화 사용이 합법화된 이후 쿠바 정부의 개방노력으로 1999년 쿠바항공기의 미국 취항까지 허용되면서 지난해 쿠바를 찾은 관광객은 미국인 13만명을 포함해 2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미국은 여전히 쿠바로 가는 자국 관광객의 여행경비를 하루 183달러로 제한하는 등 쿠바에 대한 제재의 끈을 완전히 늦추지는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은 연간 4000만 달러 규모의 농산물을 쿠바에 수출하면서 대금을 달러화로 결제해줄 것을 요구해 가뜩이나 외채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쿠바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쿠바는 농산물 수출이 허용될 경우 미국에 연간 10억 달러를 수출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우선 미국과의 교역에 있어 현물 또는 차관으로 결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바나 영화' 재연 부푼꿈▼
이와 관련해 카를로스 라게 쿠바 부통령은 “우리는 아스피린의 수입이 아니라 미국과의 자유로운 무역과 관광 등 모든 제재의 완전한 해제를 원한다”고 촉구했다.
피델 카스트로 대통령은 최근 들어 미국을 비난하는 경우를 찾기 드물 만큼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쿠바를 방문한 미국 대학총장들에게 “쿠바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40년 동안 사회주의 체제를 지켜온 쿠바 정부가 의욕적으로 펼쳐가려는 자본주의 개방 실험의 성공 여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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