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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4일 2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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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반에 발행된 수십장의 국채와 공채에는 일련번호가 적혀 있었다. 또 당시 사무실 여직원으로 보이는 이모씨 명의의 통장 3개에는 1500여만원이 입금돼 있었다. 김의원측은 “모두 합쳐 3억∼4억원 정도는 족히 됐다”고 전했다.
김의원은 “사무실 운영비로나 쓰자”는 보좌관의 ‘농담’을 뿌리치고 서랍에 함께 들어 있던 여권(89년 발행)의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인은 당시 여당의 중진 의원이었다.
그는 곧바로 비서를 보내 이들 물건을 찾아갔다. 그리고 김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사례의 표시로 후원금이라도 내겠다”고 했지만 김의원은 이를 거절했다.
김의원에게 문제의 그 전의원이 누구냐고 물었지만 그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구린 돈일 가능성이 높지만 정당한 개인 재산일 경우 당사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신원은 밝힐 수 없다”는 것이 김의원의 설명이었다.
김의원은 그러나 “국공채는 유통 과정에서 거쳐간 사람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는 무기명 채권이어서 뇌물로 자주 사용됐다”며 “수억원을 서랍 뒤에 넣어 놓고도 잊어 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면 당시 정치권에 얼마나 많은 돈이 흘러 다녔을지 충분히 짐작된다”고 개탄했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공채는 얼마든지 정당 후원비로 처리할 수 있는데 왜 주인을 찾아줬느냐”며 김의원을 ‘질책’했다는 후문이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