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섹션]벤처CEO는 괴롭다…사업환경 급변에 압박감

입력 2001-03-04 18:37수정 2009-09-21 04:07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수십억, 수백억원대를 넘나드는 기업의 주가총액.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겉모습은 언뜻 화려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 스트레스에 지치고 괴로운 일에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다.

인터넷벤처기업의 A사장은 10년 이상 다른 사업(제조업)을 했을 때만 해도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발기부전을 겪게됐다. 급변하는 시장상황과 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그는 “인터넷벤처사업에서는 한 아이템을 가지고 성공했다해도 2년 이상 가는 법이 없다”면서 “이같은 사업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타수인 CEO가 카멜레온처럼 끊임없이 변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오면 하루빨리 물러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잘나가던 벤처기업 CEO들이 잇따라 물러나는 이유도 사업으로 인한 압박감과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다.

이 고민은 최근 아이러브스쿨 김영삼사장이 물러나면서 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 잘 나타나 있다.

“사실 많은 돈도 얻었고 유명세도 얻었지만 동시에 제가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었다는 점도 고백합니다. 과연 내가 이 회사를 이끌어나갈 역량이 되는가에 대한 반성이 계속되었고 이제는 아이러브스쿨을 기업으로써 성장시킬 수 있는 전문 CEO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홍익인터넷의 노상범사장도 김사장과 비슷한 이유로 지난달 18일 CEO자리에서 영업이사로 물러앉았다.

회사의 거의 모든 일을 CEO가 챙겨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인터넷 벤처기업의 경우 직원 들의 연령은 20대가 주류. 30대 후반이 없다보니 대기업 부장급과의 면담도 CEO가 직접 나서야 한다.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옥션의 이금룡사장은 사이트 안에서 이뤄진 거래와 관련, 고소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경찰서에 불려간다. 이사장은 최근 경찰관 출신 직원을 특채해 대신 일을 맡기고 있다. 한 인터넷 벤처기업의 20대 B사장은 1년중 3개월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인터넷벤처 사업은 해외의 새로운 추세가 중요하기 때문. 그는 지난달 중순 중국 출장을 다녀왔다가 과로로 쓰러져 3일간 병원 신세를 졌다. 작년말 이후 과로로 병원 신세를 지는 벤처CEO는 B사장뿐만이 아니다. 메디슨 이민화회장은 심신이 피로를 달래기 위해 기수련을 하기도 했다.

기업을 공개한 벤처CEO들에게는 ‘혹’이 하나 더 있다. 주가의 오르내림에 민감한 주주들을 달래는 일이다. 만능 스포츠우먼인 버추얼텍 서지현사장은 코스닥시장에 등록하고 나서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서사장은 “시간나는대로 운동을 하지만 체력이 딸린다”면서 “운동도 안하면서 체력을 유지하는 벤처CEO들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