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기후변동'

  • 입력 2001년 2월 23일 18시 41분


◇기후 변동

토마스 그레델·폴 크루첸 지음 김경렬 외 옮김

234쪽 1만8000원 사이언스북스

지난주 목요일 서울 지역에는 32년만에 최고로 많은 눈이 쏟아졌다.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측은 했지만 그렇게 많이 오리라고는 기상청도 잘 몰랐던 것 같다. 몇 년 전 지리산 부근에 내린 집중호우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나라의 경우든 가장 거대한 수퍼컴퓨터가 있는 곳은 거의 예외 없이 기상청이다.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도 왜 기상청은 집중호우나 폭설에 대한 예보를 정확하게 내려주지 못하는 것일까?

얼마 전 병환으로 세상을 떠난 문승의 전 기상청장에게서 들은 얘기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 내가 서울대에서 가르치던 환경생물학 시간에 와 특강을 해주었다. 그 때 “왜 일기예보는 매일 틀리는 겁니까?”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그는 “그래도 그만하면 잘 맞추는 편이지요”라고 하면서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그 중 하나가 우리 나라에는 기상관측소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보다 세밀한 기상자료가 입력되어야 수퍼컴퓨터도 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우리 나라는 아직도 그저 ‘기상’을 측정할 뿐 ‘기후’에 대한 자료와 연구가 부족하다고 했다.

예일대 환경학과 교수와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기후에 관한 입문서로서 나무랄 곳이 없다.

이 책에 따르면, 기후란 적어도 수십 년 동안 관측된 평균 기상조건을 말한다. 기온, 풍속, 강수 등으로 표현되는 기후는 산맥의 높이, 대륙과 해양의 위치 변화, 해류, 구름, 만년설의 크기, 식생밀도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받는다.

북극과 남극의 만년설이 녹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들어왔다. 어느 미국 기상학자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킬리만자로의 눈도 녹아 내리고 있어 앞으로 20, 30년 후면 흰 고깔을 벗을 것이라 한다. 지구의 숨과 맥박이 고르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런데도 세계기후협약에 대비하지 못하면 외환위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엄청난 사회변동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적다.

기후에 대한 연구만큼 절실한 것도 그리 많지 않다. 향후 십 년 이내에 가장 많은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자연과학 분야 중의 하나가 기상학을 비롯한 지구과학임을 젊은 학도들에게 고하고 싶다. ‘기후 변동’은 그런 젊은이들은 물론 환경을 염려하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로 보인다. 김경렬, 이강웅 교수의 번역 또한 청명하고 수려하다.

최재천(서울대 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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