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경선/거스름돈 챙겨준 운전기사

  • 입력 2001년 2월 19일 18시 55분


며칠 전 밤새 눈이 내려 차를 집에 세워 놓고 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날이었다. 동네 골목길은 물론이고 차들이 많이 다니는 큰길도 얼어붙어 버스로 출근하기로 한 것은 참 잘했다고 몇 번이나 속으로 되뇌던 날이었다.

천안 시내를 운행하는 2번 버스를 탔는데 지갑을 보니 잔돈이 없었다. 1만원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으려고 운전석 옆에서 기다렸다. 운전사는 잔돈을 준비하지 못한 승객이 많아서 거스름돈이 모자란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종점에서 내리니까 그 때 돈을 거슬러 줘도 된다”며 “운전에만 신경쓰시라”고 했다. 운전사는 거스름돈을 안 받은 사람이 있느냐고 승객들에게 물어서 몇 사람인지를 확인한 뒤 운전을 시작했다. 길 옆에 차들이 세워져 있어 도로가 좁아 반대편에서 오는 차들을 다 보낸 뒤 마주 오는 차가 없을 때 운전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버스 운전사들은 큰 차를 몰고 다니며 난폭하게 운전하던데 이 분은 손님이 많아서인지 무척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평소 승객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몸에 배어 있는 듯했다. 종점에 와서 혼자 남은 내게 “평소보다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운전에만 신경쓰라고 한 말이 무척 고마웠다”면서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모든 버스 운전사가 이분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참으로 기분 좋은 날이었다.

김경선(충남 천안시 원성2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