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시내를 운행하는 2번 버스를 탔는데 지갑을 보니 잔돈이 없었다. 1만원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으려고 운전석 옆에서 기다렸다. 운전사는 잔돈을 준비하지 못한 승객이 많아서 거스름돈이 모자란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종점에서 내리니까 그 때 돈을 거슬러 줘도 된다”며 “운전에만 신경쓰시라”고 했다. 운전사는 거스름돈을 안 받은 사람이 있느냐고 승객들에게 물어서 몇 사람인지를 확인한 뒤 운전을 시작했다. 길 옆에 차들이 세워져 있어 도로가 좁아 반대편에서 오는 차들을 다 보낸 뒤 마주 오는 차가 없을 때 운전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버스 운전사들은 큰 차를 몰고 다니며 난폭하게 운전하던데 이 분은 손님이 많아서인지 무척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평소 승객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몸에 배어 있는 듯했다. 종점에 와서 혼자 남은 내게 “평소보다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운전에만 신경쓰라고 한 말이 무척 고마웠다”면서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모든 버스 운전사가 이분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참으로 기분 좋은 날이었다.
김경선(충남 천안시 원성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