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이에겐 이런 책을]곰인형의 행복

  • 입력 2001년 2월 16일 18시 55분


◇장난감이 싫증난 아이에게/가브리엘 벵상 글 그림/이정기 옮김/32쪽 6000원/보림

“아이들은 처음에는 곰 인형을 사랑하고 자주 껴안아 주지. 하지만 싫증이 나면 금방 내버려.”(본문3쪽) 보림

버림받은 곰인형들이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목삐뚤이: 나는 목 삐뚤이야.

땅콩: 이름이 왜 그래?

목삐뚤이: 나를 잘 봐. 나랑 같이 살던 꼬마 아이가 내 머리를 이렇게 비뚜로 꿰매 놓았어. 그래도 그 애랑 같이 살 때가 좋았는데.

* * *

달콤이: 나는 한쪽 눈이 없어졌어. 너는 한쪽 귀가 없어졌구나.

귀염둥이: 그래. 하지만 아픈 건 귀가 아니라 마음이야! 이제는 진이를 만날 수 없거든.

* * *

흰둥이: 나는 북극곰이야. 내 팔을 고칠 때, 한쪽 팔을 이상하게 꿰매 놓았어. 하지만 할아버지가 제대로 꿰매 주실 거야. 나는 눈도 아파. 아이들이 한 쪽 눈에만 뽀뽀를 너무 많이 했거든. 귀엽다면서 나를 깨물기도 했어. 그래도 나는 그게 좋았는데.

* * *

땡이: 그래. 나는 슬퍼. 귀여운 여자아이랑 헤어졌거든. 우리는 한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었어. 우리는 늘 같은 침대에서 잤는데. 너희는 내가 얼마나 슬픈지 모를 거야.

* * *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대담한 생략과 더불어 활달하고 거침없는 데생에 부드러운 수채화 물감을 입힌 그림이 돋보인다. 글이 그림을 또다시 설명하거나, 그림이 글을 반복하지 않아 상큼하다. 다섯 살 안팎의 아이와 그 아이에게 곰인형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엄마는 거의 동시에 자신을 되돌아보게 될 것 같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싫증내고 버려왔는지, 그리고 미안해질지도 모른다. 버려진 곰들이 한결같이 하는, “그래도 그 애와 살 때가 좋았는데”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칫 잔소리가 될 수도 있는 메시지가 마음으로 잔잔하게 다가온다.

(아침햇살아동문학회)achs003@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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