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투자자에게]신세계 구학서사장

  • 입력 2001년 2월 11일 18시 27분


요즘 신세계백화점은 주식시장에서 2가지 항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신용카드 지분을 언제, 얼마에 매각할 것인가가 첫 번째이고 1월에 나타난 외국인투자자의 공격적 매수세가 이어질 것인가가 두 번째이다.

신세계는 삼성생명 271만주, 삼성카드 120만주를 각각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이 상장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때마다 신세계는 최대 수혜주로 거론됐다. 신세계가 지분을 팔 경우 ‘고무줄’인 삼성생명 주가가 고정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구학서사장은 “삼성생명이든 삼성카드든 상장이 된 뒤에 주식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장 이전에는 생명과 카드의 주가를 평가할 수 없어 부외자산으로 여길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장후 지분매각’ 방침은 종목분석가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신세계는 올해 할인점인 E마트를 14개 늘릴 계획이다. 분석가들은 “지분을 팔지 않으면 확장에 들어가는 자금을 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세계의 총차입금은 1조원을 넘었다(표 참조). 제일제당이 작년 5월 삼구쇼핑(당시)에 삼성생명 지분을 넘긴 주당 28만원으로 계산하면 신세계는 7588억원의 현금을 보유한 셈이다. 삼성생명 주식을 팔면 차입금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구사장은 “올해 6000억원이 신규 투자자금으로 들어가는데 이중 차입금은 1000억원이 안되고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반론을 폈다. 그는 또 “올해 매출 예상액 5조3000억원을 감안할 때 부채 1조원은 양호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외국인 선호종목’으로 부각되면서 주가가 25.4% 오른데 대해 구사장은 “외국인이 신세계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매출이 50% 증가했고 총자산회전율도 1.5로 30대그룹중 최고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신세계를 ‘한국의 월마트’로 본다는 해석이다.

한 분석가는 “작년 9월 해외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하면서 20%대이던 외국인 지분이 40%로 껑충 뛰었다”며 “작년말 증시침체로 다소 줄어들었던 외국인 지분이 연초 들어 다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구사장은 다음달 16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외국 기관투자가인 HSBC가 펀드매니저출신의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사외이사가 들어오면 투명성도 높아지고 기업가치를 해외에 알리는데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는 경기침체로 국민들의 소비신장세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소매시장에서 기업유통비중은 늘어나 신세계의 매출은 증가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또 셔틀버스 운행정지조치는 업계가 공동으로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구사장은 “회사의 자산가치와 보유중인 삼성생명 지분 등을 감안하면 주가는 20만원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증권 김장우연구위원은 “주식시장과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주가가 더 오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홍성수연구위원은 “삼성생명 주식을 팔지 않으면 투자의견은 중립”이라고 밝혔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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