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 세상]‘끝까지 흔들림 없이’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44분


농구경기에서는 버저비터로 승부가 갈리거나 뒤집히는 경우가 심심찮다. 3일 시즌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동양과 골드뱅크의 연장 접전도 전희철의 버저비터로 승부가 갈렸다. 동양으로서는 시즌 처음으로 연승을 했다.

그런 승부가 어디 농구뿐일까. 야구에서 9회말 2사후 역전홈런으로 경기가 끝나는 일도, 심판채점에서 뒤지던 프로복서가 펀치 한방으로 상대를 KO시키는 일도 있다. 축구경기가 골든골로 종료되는 사례도 있다. 물론 그런 승부 중에는 이변으로 기록되는 일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있을 것 같지 않은 일도 나오는 게 스포츠이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선수인 김지현의 마지막 승부 같은 것이다. 김지현에게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코리아오픈은 은퇴무대였다. 착실한 경기로 결승에 오른 김지현의 상대는 시드니올림픽 우승자이자 세계랭킹 1위인 덴마크의 카밀라 마르틴. 세트스코어 1―1에서 맞선 마지막 세트. 싱겁게도 9―0까지 앞섰다. 그리고 1점만 보태면 우승하게 되는 10―1. 누군들 김지현의 멋진 피날레를 의심했겠는가. 하지만 김지현은 10―13으로 졌다. ‘마지막 한 점’ 때문에 눈물을 글썽일 수밖에 없었던 김지현은 나직이 되뇌었다. “끝까지 침착해야 했는데….”

미국의 프로골퍼 매트 고겔의 경우도 우리를 어리둥절케 한다. 어제 끝난 미국 PGA 페블비치 프로암대회 2라운드에서 10언더파로 코스레코드를 세우며 선두에 나서더니 3라운드에서는 무려 9오버파를 기록했으니 그것만도 드문 일이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그의 지난해 플레이였다. 타이거 우즈에게 6타 앞선 13언더파로 마지막라운드에 들어가 전반 9홀까지도 4타를 줄이는 호조였던 그는 후반 9홀에서 40타를 기록하며 우즈에게 우승을 내줬었다. 곧 30세가 되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도 많은 대회를 치를 텐데….”

어떻게 평상심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사격선수 강초현의 한 마디는 의젓하게 들린다. 강초현은 4박5일간의 해병대 지옥훈련을 끝내며 “여러 가지 활동으로 산만했던 마음을 추스르게 됐고 정신력을 더욱 강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에서의 ‘마지막 한 발’이 담겨 있을 것이다. “호흡을 조절하고 다시 쏘아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던 그 때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스포츠에서건 어디에서건 ‘끝까지 흔들림 없이’ 대할 능력이 간단히 고양될 수야 있겠는가. 좋은 끝을 위한 심신 다지기. 마음속에 입춘서(立春書)로 붙여보는 것도 괜찮겠다.

<논설위원·체육학박사>dhy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