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문화 이미지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35분


몇 년 전 프랑스의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이 한국에 왔다. 그는 한 연설에서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적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의 최대약점은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세계시장에서 제품의 품질과 가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이미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상품을 팔고 있다. 그런데 한국상품에서는 이렇다하게 떠오르는 게 없다. 이제 한국도 문화를 드러내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최근 들어 우리의 문화상품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우리의 문화 이미지도 그만큼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영화의 경우 지난해 수출총액은 약 700만달러. ‘공동경비구역 JSA’가 200만달러, ‘쉬리’가 120만달러에 각각 일본에 수출됐고 ‘단적비연수’(70만달러) ‘텔미 썸딩’(66만달러) 등도 상당한 실적을 올렸다. 가요수출도 활발해져 중국 내에서 H.O.T. 등 신세대가수를 중심으로 한국가요 바람이 크게 불었다. ‘별은 내 가슴에’ 등 방송드라마도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로 팔려나가 방송시장 개척의 물꼬를 텄다.

▷이번에는 공연 ‘난타’가 우리 문화상품 수출사상 최고액인 400만달러에 미국에 수출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관객 수를 연계시킬 경우 1000만달러까지의 수입도 가능하다고 하니 꼭 이를 이뤄냈으면 한다. 이와 함께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이 미국에서 좋은 평을 받으며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의 유력한 후보에 올랐다. 어쩌면 또 한번의 좋은 소식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전문가들은 해외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작품일수록 우리만의 독특한 경험이나 정서를 담고 있으며 이것이 성공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의 문화수출은 아직 멀었다. 특히 미술 문학 음악 무용 만화 등의 분야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술의 경우 아트페어 참가, 문학의 경우 번역사업 등을 통해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모색단계다. 치밀하고 과학적인 소재선택과 마케팅, 인재의 발굴 양성과 해외홍보,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 등이 필요하다. 문화 이미지는 한국의 힘이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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