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오늘의전망] 악재가 호재보다 부각되는 증시환경

  • 입력 2001년 2월 5일 08시 13분


최근 검찰의 대우그룹 회계분식 발표는 '1인 지배체제'가 갖는 한계를 그대로 보여줬다.

외부감사와 내부감사기능이 마비된 채 총수가 전횡을 일삼는 기업은 결코 '세계경영'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검찰발표에 따르면 대우그룹은 41조원을 분식회계해서 10조원 이상을 금융권에서 대출받았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수조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우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도움을 줬다. 회계법인들도 묵인도 일조했다.

또한 정치권이나 고위관료도 "외환위기로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판에 재계랭킹 3위인 대우그룹의 부도는 우리 경제에 치명타다"며 투신권이나 은행권을 통해 대우살리기를 시도했다. 당장 시장충격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주장에도 일리는 있었다.

그렇지만 이같은 정책판단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판명났다. 대우계열사의 회사채와 CP(기업어음)을 인수한 금융기관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2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수천명의 노동자들이 직장을 떠나야 했다. 아직도 대우자동차 등에 매월 수천억원이 은행권을 통해 지원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불과 2년만에 '대우사태'와 유사한 일이 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의 부실자산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정부는 8600억원을 신규로 지원키로 했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1조 8000억원의 회사채중 80%를 인수하는 것과 별도다.

물론 정부는 자금지원 결정과 동시에 회계법인을 통해 현대건설의 자산과 부채의 실사작업에 들어갔다. 실사동기가 어떠하든지 간에 그동안 외부감사를 통해 발표된 현대건설의 자산과 부채를 정부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즉 '1인지배체제'와 '회계의 불투명성'이란 대우그룹을 붕괴시킨 병균에 현대건설도 감염돼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전자의 유동성위기는 미국의 금리인하 효과가 점차 희석되는 국내증시를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 경착륙에 대한 우려와 맞물리면서 '유동성 장세'의 지속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증시도 '호재'보다는 '악재'가 점차 부각될 것이란 얘기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을 국내증시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은 간단하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세계기준'에 적합한 회계원칙의 적용이다. 이번 검찰발표는 이같은 원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준 셈이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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