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미국 경제성장 급속 둔화…기업 감원 소비심리 위축

  • 입력 2001년 2월 1일 16시 52분


미국 경제가 결국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인가.

최근 기업의 수익 감소와 감원 발표가 잇따르고 소비심리가 얼어붙는 등 미국 경제가 급속도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미 경제계에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지 한달도 안돼 또다시 0.5%포인트를 내린 것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FRB가 한 달 사이에 금리를 1%포인트 내린 것은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87년 6월 취임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FRB의 침체 가능성 인정= FRB가 지난달 31일 이틀간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끝내고 발표한 성명서는 급박한 미국의 경제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FRB는 성명서에서 "소비심리와 기업의 경기체감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소비자의 구매력과 기업의 수익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매분야의 판매와 기업의 자본투자가 하락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조업 생산이 크게 줄고 있다는 것.

FRB는 또 각종 정보를 토대로 판단할 때 앞으로 가까운 장래에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신속하고 강력한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FRB가 이처럼 강한 톤으로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데 대해 앞으로 추가로 미국 금리를 추가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뚜렷한 경기침체 조짐= FRB의 우려는 지표상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FRB가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기 수시간 전 미 상무부는 지난해 4·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이 95년 2·4분기(4∼6월, 0.8%) 이후 최저치인 1.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분기의 2.2%는 물론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9∼2.0%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미국의 경기침체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2분기 연속의 마이너스 성장을 의미하는 침체(recession) 의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최근 상원에서 "미국 경제 성장률이 제로(0)에 근접했다"고 증언한 점으로 미뤄볼 때 미국 경제가 침체의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계속되는 기업 감원바람= 급속한 경기둔화로 기업의 수익이 줄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업의 감원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월드콤, 루슨트 테크놀로지, 제너럴 모터스 등 유수의 기업들이 수만명의 감원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달 29일 미국 내 5번째 자동차제조업체인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2만6000명, 제록스사가 4000명을 각각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30일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소매업체인 아마존 닷컴도 15%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 컨퍼런스보드가 30일 발표한 1월 중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가 96년 12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여서 기업의 판매와 수익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근로자는 약 1억3500만명으로 실업률은 30년 사이 최저 수준인 4%선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해고사태가 계속되면 실업률은 4.5%선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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