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전망] 꼬리내린 투견, 공격성 회복 어렵다

  • 입력 2001년 1월 27일 10시 33분


"'한번 꼬리를 내린 투견(鬪犬)은 공격성을 회복하기 힘들다.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26일 주식과 주가지수선물을 대량 순매도했기 때문에 연초같은 순매수는 기대하기 어렵다."

(김정기 코스모투자자문 이사)

국내증시에 적신호가 커졌다. 외국인들이 26일 순매도로 돌아섰다. 주식(839억)과 지수선물(5547계약)을 순매도한 것. 옵션만기일(11일) 이후 올해들어 처음으로 순매도를 나타냈다.

물론 새해들어 2조 7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에 비하면 극히 적은 액수다. 대부분 차익실현 매물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순매도로 전환한 시점이 좋지 않다고 증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비이락인지 외국인들은 그린스펀 FRB(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의 '미국경제의 0% 성장과 감세정책지지' 발언 다음날 순매도로 전환했다. 즉 미국경기가 급랭하고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감세와 1월말 추가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 직후 순매도를 나타냈다.

다음주(29일∼2월 2일) 외국인들의 순매도 지속 또는 순매수 강도 약화를 예상하는 증시전문가들은 그린스펀의 발언에 주목한다. 미국경제가 금리인하만으로는 회생하기 어려워 재정정책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 미국증시도 1월초 50bp의 금리인하와 1월말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20%이상 상승했다. 재무성증권과 회사채간 금리차이도 줄어드는 등 금리인하효과를 즐겼다. 그렇지만 그린스펀의 발언으로 미국경제의 불황에 대한 우려감이 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차 위험자산 회피(risk-aversion)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한국 등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고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가는 주장한다.

1월 31일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를 인하하더라도 미국증시는 크게 반등하기 어렵다고 김정기 코스모투자자문 이사는 전망한다. 미국증시는 이미 50bp인하를 선반영하고 있다는게 김 이사의 판단이다.

반대로 25bp정도 인하할 경우 미국증시는 또한번 요동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동시에 미국금리인하->유동성증가->위험자산 선호도 증가->신흥시장 투자비중확대->한국증시 투자라는 선순환의 고리가 끊어져 국내증시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김 이사는 주장한다.

연초 '유동성 장세'를 이끈 두축중 하나인 외국인 순매수행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준년 리젠트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도 앞으로 연초같은 외국인들의 순매수 행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김 팀장은 "올해들어 2조 70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원하는 만큼 주식을 다 샀다"고 주장했다.

이남우 삼성증권 상무도 1월말부터 외국인들의 순매수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 상무는 26일 영국과 일본의 투자가들을 만난후 "연초에 비해 20% 상승했고 왠 만큼 한국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에 당장 순매도로 전환하진 않겠지만 순매수 강도는 대폭 약해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낙폭과대와 금리인하 기대감에 따른 매수행진은 사실상 마무리 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면 낙폭과대와 금리인하 기대감 이외에 외국인들을 한국증시로 끌어들일 묘책은 무엇인가. '철저한 구조조정'이란 해답을 국내외 증권사들은 제시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구조조정 묘약'은 이미 약효를 상실했다고 인정한다. 정부가 구조조정에서 경기부양으로 후퇴하면서 외국인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국내투자가들로부터도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계기업의 실질적인 퇴출이 없어 위험자산 기피현상도 여전하다. 이로 인해 국내부문의 유동성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도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회사채 시장의 정상화도 요원한데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천진난만한 발상이다"며 "국내부문의 유동성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 약화는 곧바로 국내주식시장의 조정을 가져올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다음주부터 외국인들의 순매수 강도가 줄어들면서 조정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대다수 증시전문가들은 570포인트가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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