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감원, 불법유사금융기관과 전쟁선포

  • 입력 2001년 1월 26일 18시 45분


【지난해 9월 건물 임대업자인 A씨(53)는 불법 유사금융기관 한스21 로부터 330만원짜리 인형 자판기를 사면 6개월뒤에 이를 원가로 되사주고 1주일 단위로 연리 81.6%의 확정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금리가 떨어지고 주식시장마저 폭락,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그는 자판기 100대를 3억3000만원에 구입하는 계약을 맺었다.두달간 꼬박 꼬박 이자를 받고 좋아했던 것도 잠시.호화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민 사무실에서 투자자를 모집했던 이 회사는 어느날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한스21이 이런 방식으로 모집한 금액만 378억원.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과 검찰에 적발된 불법 유사금융회사는 모두 510개사로 이와 관련,모두 393명이 구속되고 1203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최근 불법 유사금융기관이 급속히 확산됨에 따라 금감원은 검찰,경찰과 함께 이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피해 예방 활동에 들어갔다.

불법유사금융회사는 전도 유망한 벤처기업이나 스키장 신설 등에 투자,월 3∼10%의 높은 금리를 매주 또는 매월 단위로 지급하거나 연 40∼60%에 달하는 확정배당금 지급을 약속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한 뒤 잠적하는 수법으로 피해를 입히는 게 일반적.

금감원은 지난 한해동안 불법 유사금융회사로부터 입은 피해 규모만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불법 유사금융회사 식별법=이들 대부분이 금융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외국어로 된 상호를 사용하는게 특징.최근에는 이미지가 나빠진 ‘파이낸스’라는 상호보다는 ‘인베스트먼트’ ‘컨설팅’ ‘투자금융’ ‘엔젤클럽’등의 명칭을 주로 이용한다.

지난 17일 경찰에 적발된 P&C컨설팅은 서울 여의도에 본점과 전국 10여곳에 지점을 두고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1500여명의 투자자로부터 무려 1358억원을 모집했다. 한길인베스트밸류라는 이름으로 사기 행각을 시작한 이 회사는 이후 한길벤처캐피탈 리빙벤처트러스트 IMI컨설팅 등 이름만 5차례나 바꿨다.

특히 이들이 내거는 약속의 하나는 ‘원금 100%보장’. 올해부터 예금부분보장제가 시행됨에 따라 2000만원까지만 원금을 보장받는 제도권 금융기관보다 자신들이 오히려 안전하다며 고객을 유혹하는 것.

최근에는 40∼50대 주부들을 투자자 모집책으로 활용해 투자 유치 실적에 따라 유치액의 2%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다단계식 수법도 애용되고 있다.

▽정부 대책=금감원은 거래하고자하는 금융기관이 정식 허가를 받은 금융기관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조회서비스를 지난 15일부터 소비자단체 홈페이지에까지 확대했다.또 은행연합회 증권업협회 등 금융 유관기관과 각 금융기관,소비자단체에 신고센터 를 설치 운영중이다.

이밖에 금융소비자 모니터링 요원을 100명에서 300명으로 늘려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현장 확인을 거쳐 검,경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불법 유사금융기관을 신고하는 사람에게 최고 10만원의 포상금도 지급한다.

금감원 안영환 비은행검사2국장은 “국세청에 대금업 등 기타금융업으로 신고한 사업자만 작년말 기준 3500여개가 되며 이중 상당수가 불법 수신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고금리에 현혹되지 말고 반드시 제도권 금융기관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 훈·김승련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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