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검찰-법원 임지사 공소자 대립 쟁점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37분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에 대한 공소장 변경 문제를 놓고 재판부와 검찰 수사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양측은 공소장 변경 결정과정과 재판연기 사유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에서부터 법률적 판단에 이르기까지 엇갈리는 주장을 폈다.

▽공소장 변경〓재판부는 ‘상당한 이유’가 있어서 검찰과 상의 없이 법에 따라 직권으로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사팀은 재판부가 먼저 구두로 요청한 것을 거부하자 결정문을 발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99년 인천지검 특수부장으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김진태(金鎭太)대검 환경보건과장은 “재판부가 지난해 11월인가 12월인가 검찰 관계자를 사석에서 만나 공소장을 변경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고 이 관계자가 나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수사당시 인천지검장이던 제갈융우(諸葛隆佑)대검 형사부장도 “재판부의 비공식 요청을 받아들일지를 놓고 당시 수사팀을 모아 회의를 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용근(孫容根)부장판사는 “사적인 요청은 전혀 안했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 의미〓고법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일단 재판부가 검찰의 기소(알선수재)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내심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같은 시기에 4억원을 받은 부인 주혜란(朱惠蘭)씨가 알선수재로 형이 확정됐고 퇴출 위기에 몰린 경기은행측이 도지사 출마자에게 준 돈이 정치자금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를 ‘오해’로 인한 ‘과잉반응’이라고 주장한다. 재판부는 “알선수재죄를 적용할지, 정치자금법위반죄를 적용할지, 무죄를 선고할지 아직 판사 3명이 합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연기〓재판부는 “검찰이 새 증인을 신청해 선고를 연기해준 것인데 왜 이제 와서 책임을 떠넘기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 관계자는 “선고예정 4, 5일 전 재판부가 구두로 경기은행 전 상무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내부 회의를 거쳐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2명 모두 이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석호·이정은기자>kyle@donga.com

▼임지사 수사 스토리▼

1999년 7월 인천지검 특수부가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와 주혜란(朱惠蘭)씨 부부를 전격 구속한 것은 여러 면에서 충격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임지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배려 속에 정권이 바뀐 뒤에도 승승장구하던 여권 핵심인사중 한사람. 당시 수사팀은 정치권이나 검찰 수뇌부와 사전 협의 없이 이들 부부를 전격 구속해 그후 수사지휘를 놓고 검찰수뇌부와 수사팀이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당시 특검제와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로 최악의 국면에 몰린 검찰이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칼’을 들었다거나 “검찰이 거사를 일으켰다”는 말도 나왔다.

또 당시 수사는 첩보를 입수하고 그야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증거를 모은 뒤 관련자들을 전격 소환, 구속해 ‘특별수사’의 전형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수사팀의 그후 행보는 순탄치 않다. 인천지검장이던 제갈융우(諸葛隆佑)검사장은 후배에게 고검장 승진을 내어 주고 비교적 한직인 대검 형사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인천지검장으로 가기 전에도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일했는데 비슷한 서열로 되돌아온 셈.

유성수(柳聖秀)당시 1차장검사 역시 지난해 가장 한직으로 꼽히는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 나 현재까지 근무중이다. 검찰내 계좌추적의 전문가로 꼽히는 김진태(金鎭太)당시 특수부장 역시 ‘우여곡절’ 끝에 대검으로 옮겼으나 한직인 환경보건과장으로 있다.

현재 임지사를 제외한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은 대부분 끝난 상태다. 주씨는 서이석(徐利錫)당시 경기은행장에게서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4억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가 인정돼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주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같은 해 5월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서행장은 부실기업에 부당 대출을 해주고 4억원을 받은 혐의(배임)가 인정돼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3억800만원이 선고됐고 같은 해 6월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다만 서행장에게서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은 1심 재판도중 정치자금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 재판이 중지된 상태다.

임지사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2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의 변호인단에는 대통령직속 부패방지위원장인 김성남(金聖男)변호사가 포함돼 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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