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이영애, 불안정한 사랑의 몸짓

  • 입력 2001년 1월 19일 17시 55분


여자만을 위한 광고. 어디를 공략해야 여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을까. 이 CF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뭇 여성을 타겟으로 삼았다.

어둠이 낮게 깔린 조용한 사무실. 삘릴리리 삘릴리리 침묵을 깨고 전화벨이 울린다. 그러자 지친 기색으로 소파에 기대어 있던 이영애의 표정이 갑자기 미묘해진다.

짧게 커트한 헤어스타일, 몸에 딱 피트되는 슬리브리스의 까만 원피스 차림. 이영애의 변신은 순진하면서도 도발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머리카락을 만지고, 가늘고 하얀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는 섬세한 몸짓이 은은하지만 자극적이다.

눈을 깜박이며 휴대폰을 바라보는 이영애. 거꾸로 기대있던 그녀의 눈엔 책상도 거꾸로 배경도 거꾸로 비춰진다. 세상의 중심은 바로 이영애. 그녀의 시선대로 세상이 빙글 돌아 거꾸로 서 있는 표현방식이 재치있다.

어둠과 고요함이 감도는 사무실이 그녀의 일상이라면 붉은 벨소리는 드라마의 세계로 통하는 매개물. 붉은빛 휴대폰은 그 빛깔만큼이나 유혹적이지만 이영애는 손을 댈 듯 말 듯 망설이기만 한다.

이영애의 까만색 매니큐어와 붉은 빛 휴대폰 색의 대비는 회화적이고 강렬하다. 그녀의 행동은 지극히 절제되어 있지만 마음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지 않을까.

하지만 끝내 전화를 받지 않는 그녀. '벨이 울리면 여자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여운을 남기는 카피가 뜨고 성냥이 불꽃을 일으킨다.

이 광고의 표현법은 공감각적이다. 직접 말은 하지 않지만 색으로 소리로 많은 것을 함축한다. 청각을 곤두서게 만드는 이영애의 옷 부스럭거리는 소리, 입술과 얼굴 선을 만지는 촉감. 그녀의 마음을 대신 전하는 듯한 깊고 낮게 깔리는 첼로음.

그런데 이영애는 왜 전화를 받지 않았을까? 사랑의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불안정한 모습은 어쩐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 여인처럼 느껴진다. 붉은 휴대폰을 받는 순간 금방이라도 타다닥, 뜨거운 사랑의 불꽃을 일으킬 것처럼.

'드라마'는 한국통신 프리텔에서 제공하는 여성전용 서비스를 지칭하는 브랜드명이다. 재미 있는건 프리텔 홈페이지 드라마의 아이콘이 붉은 장미 꽃봉오리라는 것. 클릭 하는 순간 당신은 한 떨기 꽃이 된다는 걸까.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처럼 꽃이 되고 싶은 여자들. 이왕이면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되어 주면 좋겠다. 절대로 질질 끄는 사랑 놀음 드라마나, 공주병 환자가 설치는 드라마의 천편일률적인 주인공이 되지는 말았으면.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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