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세상]얼어버린 '마음'

  • 입력 2001년 1월 18일 19시 09분


오늘도 꽁꽁 얼었다. 냉동창고 같은 차에 올라타 얼음장처럼 차가운 핸들을 잡는다.

여전히 아침 기온은 영하의 추운 날씨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 100여m쯤 지났을까. 횡단보도 앞에 잠시 서있는 동안 누군가 다가와 창을 두드린다.

‘아침부터 웬 잡상인?’

창문을 내리자 하얀 입김이 다가온다. “시동이 안 걸리거든요. 잠깐 점프 좀 해주세요.”

점프? 차들끼리 배터리를 연결시켜 시동을 걸어달라는 말인가 보다.

“제가 좀 바쁘거든요.”

‘여기서 10분 지체하면 한강다리 건너는데 20분 더 걸린다. 참, 하필 이 바쁜 출근시간에…. 날도 추운데.’

“죄송합니다. 사례할게요.”

“제가 오늘 좀 급한 일이 있어서. 미안한데 뒤차한테 좀 부탁해주세요.”

신호가 바뀌자 창문을 올리고 황급히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출근길 내내 찜찜한 게 오후까지도 가시지 않았다.

그 남자 거기에 얼마나 더 서 있었을까. 머릿속의 그 남자는 하루종일 그 자리에서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손을 흔들고 서 있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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