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의 명품이야기]'랑 방'…딸에 대한 사랑이 뿌리

  • 입력 2001년 1월 11일 18시 25분


쟌느 랑방에게 ‘여성’은 르느와르의 그림 모델처럼 아름다운 ‘색’을 가진 사람이다.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자신의 옷을 부끄러움 없이 입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16세부터 옷만드는 법을 익혔던 그녀는 1888년 자기 이름과 같은 이름의 가게를 열었다.

그녀는 딸을 아름답고 행복한 소녀로 만들겠다는 컨셉트로 랑방 브랜드를 만들었다. 세월은 흘렀고 딸의 나이에 비례해 그녀의 고객층은 확대됐다. 딸이 결혼한 뒤에는 남성복 ‘랑방 옴므’를 만들었다. 스포츠웨어와 향수로 패션의 영역을 확대한 것은 그 뒤. 딸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딸의 가족에게로 퍼져나간 셈이다.

‘코코 샤넬’과 함께 20세기초 프랑스 패션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렸던 랑방은 풍요로운 유럽 문화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중세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영감을 얻어 녹색을 띤 짙은 청색의 ‘랑방 블루’라는 색채를 탄생시켰으며 은색과 검정생 선을 매치시킨 ‘랑방 터치’라는 독특한 무늬를 만들어냈다.

가족애에 기초한 그녀의 패션철학은 옷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유럽의 귀족과 정치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브랜드로 떠올랐고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훈장인 ‘슈발리에 드 라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스페인 출신의 ‘안토니오 델 카스티요’, 벨기에 출신 ‘줄르 프랑소와 프라아이’, 그 외 랑방의 후손들이 ‘랑방 브랜드’의 전통을 이었다.

1922년 화가 폴 이리투는 실크시폰과 장식주름, 망사 네크라인으로 만든 로맨틱한 드레스를 입은 랑방과 딸을 스케치했다. 손을 마주잡은 모녀를 그린 이 그림은 랑방 부티크의 라벨로 등장했다. 랑방이 입었던 옷이 ‘로브 드 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당대를 주름잡는 패션트렌드가 된 것은 물론이다. 1995년 로레알 그룹에 흡수된 뒤에도 이 라벨은 명맥을 유지했으며 랑방의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과 향수는지 금도 유럽의 상류층에서 ‘선택받은 이들’의 패션으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장 현 숙(보석디자이너)

client@jewelbutton.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