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프로게이머 '생존게임'

  • 입력 2001년 1월 7일 18시 42분


지난해 프로게이머는 청소년이 꼽는 ‘최고 인기직업’ 중 하나로 부상했다. 동네 PC방에서 단골손님 확보를 위해 벌이던 작은 규모의 대회가 아닌 정식 프로게임리그가 출범했고 게이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프로게이머가 정상적인 직업군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난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탄생한 직업 ‘프로게이머’의 그늘을 살펴본다.

▽짧은 수명, 불안한 미래〓21세기프로게임협회가 추정한 국내 프로게이머 수는 250여명. 웬만한 프로스포츠 종목 선수 수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미래를 불안해한다. 주된 이유는 게임의 인기가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 프로게이머 L군(20)은 중학교때부터 즐겨했던 스타크래프트 덕택에 지난해 C산업대 게임관련 학과에 특례입학했다. 그러나 그는 조만간 게이머 생활을 포기하고 휴학할 계획이다. L군은 “다른 스포츠는 한가지만 잘하면 되지만 게임은 인기판도가 자주 변해 항상 새로운 종목을 배워야만 살아남는다”며 “특히 국내에서 인기있는 게임은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많아 나이가 들어서는 적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수입, 매니저 횡포〓같은 프로게이머라도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A에서 E등급으로 나뉘는 게임단 소속 게이머들은 최저 1000만원에서 최고 4000만원까지의 연봉을 받는다.

축구게임 ‘피파2000’ 게이머 이지훈 선수(%016)의 경우 연봉이외에 각종 상금으로 올 한해 1억여원의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이런 고소득자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렵다. 구단 소속이 아닌 경우 상금 이외엔 수입이 없다. 구단소속 프로게이머들도 6개월∼1년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안정적 수입을 기대할 수 없다.

벤처업계의 불황도 프로게이머들에겐 악재다. 요즘엔 특히 소속회사 사정이 악화돼 해체되는 게임단이 생겨나고 있다. 법률지식이 부족한 어린 게이머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배틀탑 이강민 사장은 “일부 매니저들이 일방적 내용으로 계약을 맺어 게이머들의 수입을 절반이상 가로채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게이머들의 직업의식 결여〓게이머들 스스로가 책임의식이나 소양이 결여돼 프로게이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는 지적도 있다. 프로게임리그사 배틀탑의 이성주대리는 “연습시간에 한두시간 늦게 오는 것은 다반사고 책임감이나 자부심이 없어 수시로 그만둔다고 말하는 선수도 많다”고 말했다.

21세기프로게임협회 장현영 기획팀장은 “게이머 스스로가 자기개발을 하는 것은 물론 구단에서도 이들을 위한 복지나 재교육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