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정선 탄광막장 광원들의 새해맞이

  • 입력 2001년 1월 4일 01시 23분


강원 정선군 고한읍 삼탄 정암광업소 막장에서는 올해도 삽과 착암기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지고 있다.

스스로를 ‘막장 인생’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 곳 광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과 소외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연초에 열심히 일하고 있다.

2일 오전 2시반 고한읍 수직갱 입구에서 작업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400m를 땅속으로 내려간 뒤 갱도를 따라 1.6㎞를 걸어야 도착하는 막장.

갱도 천장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막장의 분위기와 어울려 다소 음산하게 들린다.

온통 검은 색뿐인 막장은 영상 18도를 오르내려 영하 12도의 지상과 30도나 온도 차이가 난다.

이 곳에서 광원 4명이 구부리거나 엎드린 상태에서 삽과 착암기 등을 갖고 탄을 캐느라 여념이 없다.

탄가루를 뒤집어 쓴 광원 박상원(朴相源·43)씨는 “일이 힘들고 상대적인 박탈감이 밀려와도 자식들의 교육비를 댈 수 있다는 보람에 살아간다”며 “광원들의 자식 대부분이 대학까지 졸업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광원은 “예전에는 국민들에게 연탄을 공급한다는 자부심에 살기도 했으나 이젠 그런 긍지가 없다”며 “그러나 가족과 내 자신을 위해 땀흘려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광원은 지난해 10월 고한읍에 개장한 스몰카지노 때문에 한층 일할 의욕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광원 권창규씨(44)는 “매일 3000여 인파가 인근 카지노로 몰려들지만 우리한테는 상상 속의 세계”라며 “수천만원을 10여일만에 날렸다는 사람도 많다 보니 허무하고 의욕도 떨어진다”고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이 광업소의 직원은 모두 450명. 그러나 탄광지역이 호황을 누려 ‘지나가는 강아지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농담이 나돌던 86년에는 전체 직원이 2880명에 달했다.

채탄량도 86년 157만t에서 현재 29만1500t으로 감소했다.

광원들은 연탄 소비량 격감 등으로 탄광촌이 계속 쇠퇴하고 있지만 가족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올해도 열심히 탄을 캐고 있다.

<정선〓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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