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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28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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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이 허용된 거의 유일한 스포츠인 아이스하키 선수처럼 공격적으로 경영을 하겠다는 말일까? 다른 업체에 '보디체크'라도 걸겠다는 말인가?
올해 최단기 1억 페이지뷰를 달성한 라이코스의 가종현 사장은 동아닷컴이 IT섹션에 새로 마련한 '7천만의 채팅 인터뷰'에 초대손님으로 나와 평소 갖고 있었던 인터넷 사업에 대한 소신을 ‘아이스하키’에 비유해 설명했다.
"채팅만 하면 말투가 이상해져서 홍보팀에서 걱정을 한다"는 말로 채팅 인터뷰를 시작한 가사장은 채팅 인터뷰 시간 내내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며 채팅 참가자들의 질문에 재미있게 대답했다.
채팅인터뷰는 지난 27일 저녁 9시 미리 참여신청을 받아 패널로 선정된 질문자와 가사장이 자유롭게 실시간 질의답변을 하고 일반 네티즌들은 관람하면서 질문을 올리는 식으로 진행됐다.
"’하키론’이란 인터넷기업은 하키 선수처럼 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되 골을 확인하고 그곳으로 퍽을 몰고 가야한다는 얘기입니다. 신속성이 물론 필요하지만 방향성도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인터넷 기업은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터넷의 1개월은 기존 산업의 1년과 같다는 말을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면 가 사장이 말하는 인터넷 포털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저희가 주장하는 것은 넥스트 엔터테인먼트(next entertainment)입니다. 인터넷 사용인구 모두 즐겁게 인터넷을 이용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거죠. 단순한 오락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한 단계 즐겁게 해주는 매개체를 뜻합니다."
가사장은 '생활을 풍부하게 하는 미디어' 로서 인터넷을 들고, 인터넷을 통해 인간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라이코스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최단 기일에 1억 페이지뷰를 달성한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사장은 "고객이 누구이며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을 원하는가에서 출발한다" 고 대답했다. 너무 원론적인 대답이 아니냐는 패널의 반문에 대해 가사장은 "실제 실행단계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은 어렵다" 며 "원칙을 지키려는 곳은 많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곳은 적겠죠"라며 여유를 보였다.
김장훈이 출연한 라이코스 광고로 유명해진 '넥스트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가사장은 "젊은 층이라는 감각적이고 특정한 연령대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고 말한다. 인터넷이라는 뛰어난 '미디어'를 통해 네티즌의 일상 생활을 풍부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사장은 그동안 신문, 방송 등의 미디어가 일방적인 '푸시' 형태로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지적한다. 정보를 수용하는 사람이 원하는 특화된 정보를 제공하지도 못했고 수용자의 의견이 반영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의 특성이 '상호작용'임을 특히 강조했다. 앞서 '고객이 누구이며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데서 사업을 시작한다' 는 그의 말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다.
" 20세기의 매스 미디어의 특성은 원웨이, 즉 일방적인 요소가 많죠. 그렇지만 인터넷은 이를 지나 인터엑티비티 - 상호작용을 추구합니다."
한 참가자가 내년 계획을 묻자 가사장은 "돈을 많이 벌어야죠" 라고 대답해 채팅 참가자들을 웃기기도 했다. "그렇다면 컨텐츠 유료화가 성공하리라 믿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야후 같은 곳은 2003년에 100% 유료화 할 것이라고 하지만 100% (유료화)는 불가능 하다" 고 말했다. 현재 유료 서비스 중인 벨소리 다운로드 등 일부 컨텐츠만 유료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사장은 또 "연간 사업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유난히 변화가 많고 변화 속도도 빠른 인터넷 기업의 최고경영자다운 말이다. "저는 분기 계획만 있습니다. 내년 1/4분기의 테마는 '컨버젼스'입니다. 모바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의 컨버젼스를 이루겠다는 겁니다"
그럼 인터넷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매체를 물리적을 통합하겠다는 것일까. 이것 저것 섞어서 찌개라도 끓이겠다는 말인가.
가사장은 "모바일, 인터넷을 하나의 계정으로 써야 편하지 각각 다르면 화가 나지 않느냐" 며 "컨버젼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겠다" 고 밝혔다.
그는 내년 1/4분기는 멀티 플랫폼 포털로 가기 위한 준비기간으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만 제공한다고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컨텐츠도 상호 전환이 가능해야 한다. 라이코스는 먼저 한가지 소스를 인터넷, 모바일 등 여기저기서 쓸 수 있도록 컨텐츠 취합 도구를 컨텐츠 제공업자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올해 닷컴 기업들이 고전했고 경제 사정도 나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현재의 벤처 위기론에 대해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인 라이코스는 내년에도 한국 경제의 희망은 인터넷 기업이며 디지털 경제로 가는 것은 숙명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경제로 한국을 끌고 가는 것은 인터넷 기업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기업에 희망이 없으면 한국에도 희망은 없습니다" 인터넷과 인터넷 기업에 대한 열정이 엿보이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내년 라이코스 광고의 컨셉도 열정(passion)이다. "즐거운 열정, 넥스트 엔터테인먼트죠"
가사장은 모임 중에 잠시 시간을 내 채팅에 참가했다. 30분으로 예정된 시간이 다 되자 참가자들은 아쉬워하며 일대일 채팅을 제안하기도 했다. 여기에 가사장은 "라이코스 버디로 채팅을 신청하라"고 즉석에서 대답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가사장은 "통찰력과 정직한 의도를 겸비한 경영자가 되겠습니다"는 말을 남겼다. 참가자들도 앞으로 계속 라이코스를 응원하겠다고 대답하면서 동아닷컴의 첫 번째 채팅 인터뷰는 끝났다.
박종우 <동아닷컴 기자>he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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